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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간 연기된 검거작전.'
서울 조계사에 피신해 있는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경찰의 본격적인 검거작전 직전 조계사의 요청으로 작전이 10일로 연기되면서 양측의 정면충돌은 일단 피하게 됐다. 경찰은 9일 오후4시부터 조계종 총본산인 조계사 경내에 들어가는 등 위험부담을 무릅쓰고 한 위원장 검거작전을 단행했다. 일부에서는 경찰의 이 같은 원칙으로 더 이상 불법시위 주동자가 종교시설에 숨어 또 다른 불법지위를 조장하는 관행에는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조계종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이 이날 오후5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10일 정오까지 한 위원장의 거취를 결정하겠다"며 경찰 진입을 미뤄달라고 요청하면서 경찰의 진압작전도 연기됐다.
단호한 법 집행 의지를 보이려면 예정대로 검거작전에 나서야 하지만 대한불교 조계종의 수장인 자승 스님이 직접 나와 입장 발표하면서 경찰도 사태 추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일부에서는 그동안 화쟁위원회를 통해 계속 대화를 해왔지만 또다시 시간을 끄는 것은 법 집행 의지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며 반대 여론도 있었지만 자승 스님의 입장 발표가 있어 경찰이 법 집행을 강행하는 것은 부담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지난 9일 경찰은 이날 한 위원장 검거를 위한 조계사 공권력 투입 방침에 조계종이 종단 차원에서 강력히 반발했지만 강제 영장 집행에 나섰다. 조계종이 이날 오전 "조계사에 대한 공권력 투입은 조계종, 나아가 한국 불교를 또다시 공권력으로 짓밟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경찰 방침에 거세게 반발했지만 이와는 무관하게 한 위원장 검거작전을 펼친 것이다.
강신명 경찰청장도 전날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조계사나 조계종이 강제집행에 협조할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반대를 하더라도 경찰은 더 이상 그런 입장을 고려하거나 수용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특히 민노총이 "경찰이 한 위원장 검거에 나서는 즉시 오는 16일 총파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반발했지만 경찰은 수배 중인 한 위원장 검거에 주저하면 제2, 제3의 한상균이 등장할 것으로 판단해 원칙을 실행에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조계사 주변에 수사형사 100명을 포함해 경찰관 기동대 7개 중대 등 600여명을 배치해 경계와 감시를 강화해온 경찰은 검거작전이 시작되면서 수사형사 100여명을 포함한 400여명을 추가로 동원했다. 이 과정에서 한 위원장이 피신해 있는 관음사 주변을 몸으로 막으며 저항해온 민노총 관계자와 조계사 직원들과 대치했다.
하지만 오후5시 자승 스님의 긴급 기자회견으로 경찰도 수뇌부회의를 갖고 검거작전을 10일 0시로 미루기로 결정했다. 경찰은 자승 스님이 10일 정오까지 한 위원장의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하루 정도 시간을 갖고 사태 추이를 지켜보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의 한 위원장 검거작전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불교 신자인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은 "(한 위원장이) 국회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조계사에 머물 것이라고 했는데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며 "대한민국의 공권력과 불교계가 범법자의 입에 농락당하는 기분이 든다"고 맹비난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의 이용득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공안정국으로 몰고 가려 하고 있다"며 "국민들에게 노동 개악에 대한 정당성을 만들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극명한 입장 차는 앞으로 정부의 노동개혁법안 국회 통과 등을 놓고 정면충돌을 예고하는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한 위원장은 올해 6월 불법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정당한 사유 없이 재판 출석에 불응해 지난달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지난달 14일 수배 상태로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석한 한 위원장은 경찰 포위망이 좁혀오자 16일 조계사로 피신했다. /박성규·이완기기자 kingear@s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