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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 기자의 Travelogue] 졸속 할인행사 난무… 관광 한국 흔들린다

쇼핑 관광을 위해서는 대규모의 할인행사가 필요한데 "한국에서는 왜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나 홍콩의 메가세일 같은 '90% 폭탄 세일' 행사가 안 되나"에 대해 정부나 관련 기관들의 설명은 이전까지 분명했다. 유통구조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란다.

미국이나 홍콩은 제조사와 유통사가 분리돼 있다. 즉 유통사는 제조사에서 상품을 대량 구매해 소비자에게 다시 판매한다. 팔리지 않으면 재고로 남는다. 유통사는 연말 할인행사로 재고를 '털어내는' 데 이것이 블랙프라이데이나 메가세일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제조사가 유통 과정까지 지배하면서 판매를 조절한다. 유통사에 대량의 재고가 생기기 힘든 구조고 때문에 '떨이'도 적다. 봄·가을 정기 세일이라는 것은 사실상 프로모션 행사일 뿐이다.

이제까지 전국적인 쇼핑 행사라고는 코리아그랜드세일이 유일했다. 다만 이는 순전히 외국인 관광객용 행사다. 지난 2011년부터 주로 관광 비수기인 1~2월 진행됐다. 총매출 가운데 외국인 비중이 낮기 때문에 유통업체들도 참을 만했다. 또 방한 외국인의 음식·숙박·문화 등 다른 부문에 대한 지출로 우리나라 전체로는 플러스였다.

하지만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는 모든 것을 바꿨다. 논리도 뒤집어졌다. 우선 외국인 관광객을 국내로 유치하기 위해 코리아그랜드세일을 미리 당겨 8~10월 진행했다. 내수 활성화를 위해 할인 대상에 내국인도 포함시켰다. 할인 받는 국민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지만 유통업체에 대해서는 전형적인 '팔 비틀기'다. 최대 할인매장인 이마트는 '이마트 코리아그랜드세일'이라는 안내판 아래 과자 가격을 30% 싸게 준다.

이에 더해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라는 행사도 생겼다. 유통구조가 다른 미국의 시스템을 가져와 이름까지 같게 붙였다. '폭탄 세일' 행사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살 것이 없다는 구매자들과 남는 것 없이 판다는 판매자들의 볼멘소리가 엇갈린다. 내수 경기 회복이 지상명령이라고 해도 이것저것 각종 행사가 산만하다.

관광업계도 마찬가지다. 이번 코리아그랜드세일의 경우 내년 1~2월 정기행사를 미리 한 셈이다. 따라서 원래의 내년 행사가 제대로 될지 의문이다. 한다면 '또 하느냐'라는 지적이, 하지 않는다면 '정기행사가 없어진다'는 불만이 나올 법하다. 이번처럼 내외국인 모두를 대상으로 할 것인지 원래의 외국인 전용으로 돌아갈지도 문제다. 또 블랙프라이데이가 내년에도 이어질지 유통사의 자발성에만 의존할지도 논란이다. 코리아그랜드세일에 블랙프라이데이, 가을 관광주간, 가을 정기 세일 등등 전국에 세일 행사가 난무한다.

아무리 급하다고 해도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라는 명칭은 너무했다. 정부가 국가 브랜드나 정부 상징을 새로 고상하게 만든다면서 정작 유통행사 이름은 이렇게 근본 없이 지어서야 되겠는가. 잇단 졸속 행사에 관광한국이 흔들리고 있다.

chs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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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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