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또다시 한국판 블프… 소비부진 원인부터 찾아라

정부가 지난달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의 내수부양 효과에 단단히 고무된 모양이다. 이번에는 이달 20일부터 다음달 15일까지 '블프' 2탄격인 'K세일데이'를 추진한다는 소식이다. 참여 대상도 1차 때의 유통업체 중심에서 벗어나 제조·외식업체까지 확대하겠다고 한다. 중국 광쿤제(光棍節·솔로데이),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와 사이버먼데이, 국내 유통업체들의 연말 세일로 이어지는 기간 중 어떻게든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하겠다는 절박함이 엿보인다.

이해는 된다. 1차 블랙프라이데이가 성장률을 0.1%포인트나 끌어올렸다니 정부로서는 이런 효자가 없다. 하지만 연말 소비부진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을 보면 약발이 클 것 같지 않다. 부양 효과를 얻으려면 또 한 번의 비상수단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인 듯싶다. 더 깊은 속내가 있을지도 모른다. 정부는 올해 3% 성장률 사수를 위해 추가경정예산 편성부터 금리 인하, 개별소비세 인하까지 안 해본 것이 없다. 더는 꺼낼 카드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도 성장률 목표를 못 지킨다면 무능한 정부라는 비난에 시달릴 게 뻔하다. 내년 4월 총선이 있는 점도 정책당국으로서는 큰 부담이다. 어쩌면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을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큰 흠집이 될 수도 있다. 최근 정부가 내놓는 일련의 내수부양책을 사시(斜視)로 바라보게 되는 이유다.

내수를 부양하겠다는 데 반대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방법이다. 블랙프라이데이 같은 인위적인 부양책은 결국 미래 수요를 앞당겨 쓰는 것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내년 초 소비절벽이 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부진이 만성화되는 것을 방지하려면 원인을 찾아내 근본 처방을 하는 게 필요하다. 일자리 확대와 소득 배분구조 개선으로 가계소득을 늘리고 바닥에 떨어진 소비 여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구조개혁이 필요한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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