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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권업계의 판도를 바꿀 KDB대우증권 인수전에서 본입찰 적격자로 선정된 KB금융지주와 미래에셋증권·한국금융지주 등 인수후보들이 2조원을 밑도는 예비입찰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본입찰에서 최종적인 인수가격이 결정되지만 예비입찰에서 제시한 가격이 인수가의 가이드라인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우증권의 몸값이 예상보다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본입찰 적격자로 확정된 4곳의 예비입찰가는 2조원을 밑도는 수준이었다. 한국금융지주가 1조9,000억원, 미래에셋증권이 1조8,000억원, KB금융지주가 1조6,000억원가량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산은자산운용을 제외한 대우증권만의 매각 대상인 주식 1억4,048만1,383주(보통주 기준 43%)의 장부가 기준 가격이 1조7,758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유력 인수후보자들이 장부가 수준의 가격을 제시한 셈이다. 대우증권과 패키지로 매각되는 산은자산운용의 777만8,956주(100%) 장부가가 640억원 수준이어서 이들 3곳 모두 패키지로 인수하더라도 전체 가격은 2조원을 넘지 않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우증권의 주가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며 "일부 인수후보자의 경우 1만원 아래로 주가가 하락할 경우 3개월 평균의 주가를 계산해 매각가를 산정하면 2조원에 훨씬 못 미치는 가격에서 입찰이 이뤄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대우증권 주가는 4월 말 1만8,000원까지 치솟다가 최근 1만650원까지 하락했다.
특히 산업은행은 그동안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한 인수 대금으로 2조5,000억원 안팎을 고려하고 있어 일부에서는 대우증권 매각이 무산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장부가 기준으로 가격을 제시한 인수후보자들이 그 이상의 가격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산은은 2조원 아래 가격으로는 대우증권을 매각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자칫 매각무산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즉 인수 제시 가격이나 대우조선해양 등 부실기업 처리 문제로 대우증권 매각 작업이 총체적으로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