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해야 할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가 코앞에 다가왔는데도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가 물가 목표에 대한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목표를 낮춰야 한다는 한은과 성장률 관리가 우선이라는 기재부 간 샅바싸움이 두 달이 넘었다. 특히 최경환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국회로 돌아가는 만큼 결정 시기가 더 미뤄질 수 있어 갈 길 바쁜 한은만 속을 태우고 있는 형국이다.
두 기관은 오는 2016년 이후 3년간의 물가안정 목표를 두고 지난 9월 중순 이후 2개월 넘게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4일까지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한은은 24일 마지막 금통위에서 내년 통화신용정책 방향을 의결한다. 물가 목표는 통화신용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그 이전에 기재부와 물가 목표를 합의해 금통위 의결 절차를 거쳐야 이를 반영한 통화정책 방향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시간. 합의된 물가 목표는 내년 통화정책 방향에 적용할 수 있도록 의결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물리적으로 가능한 금통위 일정은 10일뿐이다. 한은과 기재부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보면 10일 이전에도 합의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 관계자는 "마지막 금통위 이전에 의결해야 하는 만큼 10일 이전에 합의가 안 되면 임시회의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은 네 차례의 금리 인하에도 여전히 물가가 0%인 만큼 현실에 맞게 목표를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지난 국정감사에서 "인플레이션 동학구조 변화의 반영이 미흡했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이를 두고 "세계적인 저물가 기조가 우리나라 물가에도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는 변화를 이전 목표에는 반영하지 못했다"며 "현실을 반영한다는 차원에서 물가 목표를 낮춰야 한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반면 기재부는 물가 목표를 현실에 맞게 낮출 경우 금리 인하라는 경기진작 툴을 하나 잃게 된다. 국가채무가 40%에 달해 더 이상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 여력도 없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플레이션이 통제가 안 되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로 성장을 얘기하는 것은) 소모적인 논쟁"이라며 "현실적으로 맞게 물가 목표를 낮추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타당한 목표가 무엇인지 찾아 절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