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숙제 남겼지만 협력 방향도 보여준 한일정상회담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일 청와대에서 회담을 열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 간 협의를 가속화하기로 합의했다. 한일 간 마지막 정상회담이 있었던 2012년 5월 이후 처음 열린 회담에서 두 정상이 관계 정상화의 걸림돌이 됐던 과거사 문제에 대한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아베 총리는 이와 함께 한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에 대해 "동향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며 협력에 우회적으로 동의했다.

물론 회담에서는 현안에 대한 두 정상 간 시각차이도 일부 드러났다. 박 대통령은 회담에 앞서 군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 "아픈 역사를 치유할 수 있는 대승적이고 진심 어린 회담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반면 아베 총리는 "한일 관계의 새로운 시대를 구축하기 위해 박 대통령과 함께 노력하고자 한다"며 과거사에 대한 언급 없이 양국관계의 '미래'에 방점을 찍었으며 회담 후에도 "미래세대에 장애를 남기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 번의 회담으로 양국관계가 일시에 정상화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섣부르다. 특히 이날 회담 시간도 당초 30분으로 예정됐다가 1시간30분으로 늘고 이마저 초과할 정도로 두 정상 간에는 논의할 주제와 현안이 산적해 있었다. TPP,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북핵 문제 대응을 위한 한미일 안보 공조 등이 양국 간 공동 협력방안 도출이 시급한 과제다. 그런 면에서 정상회담 합의사항의 후속 이행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고위급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한 것은 그나마 성과라 할 수 있다.

이날 회담은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은 올해까지 냉랭하기만 했던 양국 관계에서 두 나라를 대표하는 정상들이 현안에 대해 가감 없이 대화를 나눔으로써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데 의미가 있다. 앞으로 있을 후속 협의에서 양국 관계자들은 이런 흐름을 살려 전향적인 협의 결과를 이끌어내야 한다. 양국 간 정상회담 정례화 등으로 모처럼 열린 관계회복의 불씨를 살려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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