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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재계 총수들과 방한 중인 리커창 중국 총리가 만나 한중 간 경제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리 총리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주요그룹 총수들로부터 중국 사업 현안에 대해 직접 건의를 듣는 등 한국 재계와의 스킨십 강화에도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5단체는 1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 초청 한국 경제계와의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는 한국 측에서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등 국내 기업인 200여명이 참석했다. 중국 측에서는 리 총리를 비롯해 왕이 외교부 부장, 쉬야오스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 장정웨이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 회장 등 정부 인사들과 기업인 100여명이 자리했다.
이날 리 총리는 한국어로 '반갑습니다'라는 말로 기조연설을 시작해 전날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성과를 소개하며 양국 간 협력을 강조했다. 리 총리는 "박 대통령과 솔직하게 의견을 나눴고 합의를 많이 이뤄 풍만한 성과들의 탄생을 직접 보게 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뛰어난 생산능력을 가지고 있고 한국은 높은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양국 기업들이 서로의 장점을 결합하면 중국 내부의 큰 시장뿐 아니라 제3국 국제시장도 개척할 수 있고 세계 경제회복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한 경제협력 도약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리 총리는 "한중 FTA를 통해 양국 간 무역발전을 힘입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 측은 금융·통신서비스 등의 분야에 있어 한국에 대한 개방폭이 다른 나라의 FTA보다 크다"고 설명했다.
리 총리는 한국 기업들이 중국 진출을 더욱 확대하기를 희망했다. 그는 "중국의 문이 더 크게 열릴 것"이라며 "가까운 이웃인 한국의 기업들이 먼저 기회를 잡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중국의 소비잠재력은 아직 절반밖에 발휘되지 못했다고 설명하며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 와서 고찰하고 중국 기업들과 협력해나가면 더욱더 큰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환영사에서 '처음 만나면 낯설고, 두 번 만나면 익숙해지고, 세 번 만나면 친구가 된다(一回生, 二回熟, 三回就是好朋友)'는 중국 속담을 인용해 "올해 들어 세 번째 만남인 오늘 행사를 통해 양국 경제인이 공동번영의 미래를 열어가자"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지난 1월 서울에서 '왕양 중국 부총리 초청 간담회'를, 9월에는 상하이에서 '한중 비즈니스 포럼'을 개최한 바 있다.
박 회장은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을 통한 협력도 강조했다. 박 회장은 "인프라 분야에 경쟁력이 높은 한국 기업들이 참여해 한국, 중국, AIIB로 이어지는 삼각 협력 기회를 늘리고 아시아의 번영과 발전도 앞당길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리 총리는 특히 이날 간담회 직전 중국과 비즈니스가 활발한 주요 10대 그룹 총수들과 비공개 사전 환담회를 직접 주최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는 정몽구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이재용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기업 대표들은 각자 중국 내 비즈니스 현황을 설명하고 현안에 대한 건의사항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리 총리는 원활히 중국 내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최근 '3조원 빅딜'을 성사시킨 이재용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이 행사장으로 가던 중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조우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빅딜과 관련한 기자의 질문에 모두 미소만 지을 뿐 말을 아꼈다.
정몽구 회장은 중국 내에서 높은 품질평가를 받은 소감을 묻는 기자에게 "다들 염려해주신 덕분에 좋은 결과 있었다"고 답하며 현대차의 중국 시장 위기론을 일축하기도 했다. /이혜진·박재원기자 has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