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을 대비해 환율방어에 나섰다. 환율 시스템의 변경 방침을 밝힌 후 첫 환율고시에서 위안화 가치를 4년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이는 특히 미 금리인상을 앞두고 각국의 환율전쟁이 본격화하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인민은행은 14일 위안화 환율을 1달러당 6.4495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는 전 거래일 고시환율인 1달러당 6.4358위안보다 0.21% 상승(위안화 가치 하락)한 것이다. 이에 따라 위안화 가치는 지난 2011년 7월 이후 4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앞서 인민은행은 8월에도 사흘 동안 위안화 가치를 3.3%나 떨어뜨리기도 했다.
인민은행의 공격적인 위안화 평가절하 움직임은 중국 경제둔화와 미국 금리인상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인민은행은 수출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위안화 추가절하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어 주목된다. 11일 인민은행은 "달러에 연동되던 위안화 환율을 13개국 주요 무역상대국들의 화폐로 구성된 '통화 바스켓'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며 "2015년 들어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평가절하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강세"라고 주장했다. 달러와의 고리를 느슨하게 풀어 위안화 가치를 더 떨어뜨리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이 미국의 금리인상에 앞서 선제적인 조치를 취했다"며 "경기불황을 겪고 있는 유럽과 일본 등도 경기를 부양하려 자국의 화폐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위안화 평가절하가 지속될 경우 중국 기업들의 달러 부채 상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자금유출 위험도 높아지게 돼 중국 경제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인민은행의 지속적인 위안화 평가절하에도 중국의 수출은 11월 전년 동기 대비 3.7%나 떨어지는 등 5개월 연속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베이징=김현수특파원 hs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