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책을 쓰고 싶었다".
마틴 프로스트(사진) 前 파리 7대학 한국학과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펴낸 '요가, 하늘가에서(눈빛 펴냄)'의 출간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그는 한국에서 유럽 최고의 한국문화 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 1983년 프랑스인 최초로 파리 7대학 한국학과 교수로 임명된 후 2011년까지 파리7대학 동양학부 한국학과 교수로 근무하는 동안 7대학 한국학과장과 콜레주 드 프랑스 한국연구소장을 맡으며 프랑스에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해왔다.
이뿐 아니라 지난 병인양요(1866년) 때 프랑스에 빼앗겼다 145년 만인 2011년 되찾은 외규장각 의궤의 국내 반환에도 큰 역할을 했다. 그는 교수로 재직할 당시 뱅상 베르제 파리 7대학 총장을 설득시킨 후 의궤 반환 찬성 협회를 설립하는 등 프랑스 내에 의궤 반환을 위한 여론을 주도했다. 법무부는 최근 외규장각 의궤 반환의 공로를 인정, 마틴 전 교수에게 대한민국 국적을 수여했다.
한국 전문가인 그가 한국어나 한국문화와 관련된 내용이 아닌 요가책을 낸 이유가 궁금했다. 50년 가까이 요가를 했다는 말과 그의 책을 통해 요가에 대한 전문성을 느낄 수 있었지만, 본인의 전공을 살려 책을 써도 한국 사랑을 전달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이란 나라가 최근 들어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 한국의 아름다운 풍경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아서 요가 동작과 한국의 풍경을 함께 실었다"고 말했다. 이번 책은 일반적인 요가책과는 다른 구석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포개어 접은 다리, 휜 몸, 물구나무서기 등 일반인이 따라 하기 힘든 각종 요가 동작를 보여주긴 하지만, 요가를 하고 있는 장소는 고도의 조명과 촬영기자재를 사용하는 전문 스튜디오가 아니었다.
그는 전문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는 대신 에너지가 넘치는 한국의 현장을 두루두루 찾아다녔다. 서울 북촌과 경동시장, 전주 한옥마을, 속초 어시장, 전국의 해변가 등 10여곳이 넘는 장소에서 요가 동작을 펼쳤다. 그가 원한 것은 한국의 자연스러운 풍경들과 요가를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었다. 특히 경동시장에서는 파를 팔고 있는 시장 상인과 자연스러운 자세로 물건을 들어 보이기도 했다. 그는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파를 들고 있는 모습을 통해 어려운 동작만이 요가가 아니라는 것과 어디서든지 요가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며 "바쁜 생활 속에서도 한국인들이 요가를 통해 쉴 틈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금도 국내 한 대학에서 요가를 가르치고 있는 그에게 한국의 요가는 어떤 모습일까. 프로스트 전 교수는 "한국에서는 명상 위주가 아니고 살을 빼기 위한 힘든 요가를 많이 하는 것 같다"며 "비판적으로만 볼 수는 없지만, 요가를 할 때는 몸 동작보다도 명상 등 내면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 전문가로서 한국 문화 발전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한국의 경우 창조적인 작품이 하나 만들어지면 바로 그러한 작품을 따라 만드는 경향이 있어 작품들이 비슷하게 변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며 "누가 만들 걸 따라하기보다는 새로운 걸 만들고 찾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