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원하는 방 배정 안하면 "인권탄압"… 감정노동자 따로 없네요

■ 수원구치소 교도관 체험해보니

교도관 체험 2
교도관 복장을 한 서민준(왼쪽 세번째) 서울경제신문 기자가 26일 서울 경기 팔달문로 수원구치소에서 교도관으로부터 근무요령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서 기자는 법무부의 교도소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해 12시간 교도관 체험을 했다. /사진제공=법무부


"새로 들어온 담당이유?"

26일 수원구치소에서 '일일 교도관'이 돼 수용실 순찰을 돌던 기자에게 대뜸 한 재소자가 물었다. 그러면서 수용실 창문 너머로 기자를 찬찬히 뜯어봤다. 아마도 만만한 상대인지, 어려운 상대인지 가늠해보는 것으로 느껴졌다. 그의 집요한 눈빛에 황급히 자리를 피하고 말았다.

함께 순찰을 돌던 선임 교도관은 "신입 교도관이 재소자에게 만만하게 보이면 두고두고 괴롭힘을 당할 수 있다"며 웃었다. 이어 "평소엔 문제없던 재소자가 갑자기 교도관을 폭행하거나 자해·자살을 하는 경우가 있어 경력이 많은 나도 항상 긴장하며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출동하는 기동순찰팀(CRPT)의 한 직원은 최근 수용실에 있던 재소자가 아무 이유 없이 주먹을 휘둘러 얼굴을 다치기도 했다. 이 재소자는 추가 기소돼 징역이 8개월 늘어났지만 폭행사건은 재소자가 선처를 호소하면 훈계 정도로 넘어가는 게 다반사다. 재소자의 인권을 위해 삼단봉 등 무기는 사실상 쓰지 못하기 때문에 교도관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신체적 위협을 맨몸으로 견뎌야 한다.

교도관이 이런 위협보다 더 힘들어하는 것은 고소·고발, 인권위원회 진정·제소, 법무부 청원, 소장 면담 등을 제기해 정신적으로 괴롭히는 경우다. 최근 재소자 인권을 강조하는 추세라서 거짓이나 과장이 섞인 불만 제기도 묵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 교도관은 "불만 제기에 일일이 대응하다 보면 교도관이라기보다 텔레마케터 같은 감정노동자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하소연했다. 더구나 불만 내용이 거짓임이 밝혀져도 재소자에게는 특별한 불이익이 없어 이런 행위가 기승을 부린다고 한다. 수원구치소에서는 고소·진정 등이 한 달에 20건 정도 제기되며 교도소의 경우 건수가 더 많다고 한 교도관은 전했다.

교정 성적이 좋은 다른 수형자가 귀휴를 갔다 온 것이 샘이 나 "교정 성적을 매기는 제도 자체를 폐지해달라"며 청원을 내기도 하고 여럿이 생활하는 혼거실에서 독거실로 옮겨달라고 고소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

수원구치소의 한 교위는 "이런 방법으로 교도관을 괴롭히는 재소자는 전체 5% 정도밖에 안 되지만 한 사람이 집요하게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가 많아 곤욕을 치르고 있다"며 "성폭력, 마약 사범이 특히 독하게 교도관을 괴롭힌다"고 전했다. 그는 "재소자의 인권과 교육, 교화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교도소 안에서도 룰을 무시하고 편법을 사용하는 행태를 통제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고 토로했다.

교도관들은 교도소 직원을 위한 심리진단·치료의 필요성도 호소했다. 자살이나 응급환자 발생 등의 상황을 수시로 경험하기 때문에 다들 조금씩 우울증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겪고 있지만 직원을 위한 정기적인 심리진단 프로그램은 특별한 게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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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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