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저유동성 종목에 대해 단일가 매매방식 적용 등의 '옐로카드'를 꺼내 든 것은 유동성 개선 의지가 없는 기업에 페널티(벌칙)를 부과해 주식시장의 거래 활성화를 이끌어내겠다는 판단에서다.
먼저 거래소가 일부 저유동성 종목에 한해 도입을 검토 중인 단일가 매매 카드는 유로넥스트(Euronext), 독일증권거래소(DB), 런던증권거래소(LSE) 등 선진 유럽시장에서는 이미 저유동성 종목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제도다. 이들 시장에서 저유동성 종목 가운데 유동성 공급자가 지정되지 않은 종목은 단일가 매매로 거래가 이뤄진다. 거래량이 미미한 저유동성 종목의 경우 매매가격 차이가 커질 가능성이 높고 소수의 거래만으로도 가격 왜곡현상이 나타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저유동성 종목에 대한 단일가 매매 제도는 시장정보를 제때 반영해 시장가격을 공정하게 형성하는 거래소의 '가격발견 기능'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적합하다는 평가다. 또 단일가 매매가 국내에서는 이상 과열이나 경고 종목 등 주로 부정적인 경우에 사용되고 있는데다 투자자들이 실시간으로 원하는 가격에 매매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단일가 매매가 적용되는 저유동성 종목으로서는 상당한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거래소는 현재 단일가 매매를 적용하기 위한 저유동성 종목의 기준으로 일평균 거래량 등 양적인 측면은 물론 매매금액과 실제 거래량의 차이(스프레드), 한 번 거래된 후 다음 거래까지 걸리는 시차(듀레이션) 등 질적인 측면까지 모두 고려할 방침이다. 특히 거래량과 거래 간격 등의 기준은 초고가주에 주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는 이번 저유동성 종목의 거래 활성화 방안이 궁극적으로 초고가 황제주들의 액면분할을 유도하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거래소는 주식의 액면가를 일정 비율로 나눠 주식 수를 늘리는 액면분할은 유동성과 환금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개인투자자들의 참여를 늘리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해왔다. 거래소는 최근 기업공개(IPO)를 앞둔 호텔롯데에 대해서도 롯데그룹에 액면분할을 통해 액면가를 주당 5,000원에서 2,500원 또는 1,000원선까지 낮춰줄 것으로 요청했다. 실제로 지난 5월 액면분할을 실시한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지난해와 비교해 일평균 거래량은 50% 가까이 늘었고 같은 기간 일평균 거래대금은 293억원에서 954억원으로 3배 넘게 급증했다. 특히 액면분할로 일반 개인투자자들의 진입문턱이 낮아지면서 개인의 매매 비중은 18.3%에서 39.3%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반면 외국인은 53.8%에서 38.6%로, 기관은 27.3%에서 21.3%로 줄어들었다.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정부가 기업들에 독려하고 있는 배당확대 정책의 수혜가 가계소득 증대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액면분할이 전제돼야 한다는 주장도 거래소의 정책 방향에 힘을 보태고 있다.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달 '액면분할 필요성·효과 분석' 자료를 통해 "코스피 배당금 상위 20개사와 초고가주 11개사의 배당금 총액이 전년 대비 6조원가량 늘었지만 이 가운데 개인투자자에게 돌아간 비중은 9.5%에 그쳤다"며 "결국 초고가주에서 나오는 배당수익이 기관과 외국인의 배만 불려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액면분할을 통해 개인투자자의 참여가 늘면 유동성 확보는 물론 기업 이미지 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며 "특히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는 롯데그룹의 경우 액면분할에 나설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전망했다. /김현상·노현섭기자 kim0123@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