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Saemaul Undong' 총괄기관 필요

정재근 행정자치부 차관

정재근차관

지난달 뉴욕 유엔 본부에서 새마을운동 고위급 행사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새마을운동(Saemaul Undong)'을 정확히 발음하고자 노력했던 헬렌 클라크 유엔개발계획(UNDP) 총재의 모습이었다. 새마을운동이 이제 '김치·불고기·태권도' 등과 같이 한국식 발음으로 국제사회에서 통용된다는 점에서 새마을운동의 높아진 위상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새마을운동은 유엔·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많은 국제기구로부터 '국제사회의 농촌빈곤 문제를 해결할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전 세계 24개국에서 새마을운동 시범마을이 조성돼 빈곤퇴치·소득증대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21세기 지역 사회 발전과 관련한 패러다임이 '정부독점(government)'에서 모든 이해당사자가 참여해 공동으로 의사를 결정하는 '거버넌스(governance)'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접근 방식도 물리적 척도(physical scale) 관점에서 인간 척도(human scale)의 관점으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주민총의를 기초로 한 사업 추진 등으로 대표되는 새마을운동의 가치 및 철학과 그 궤를 같이하고 있다.

필자는 과거 오랜 기간 내무부에 근무하면서 지역 사회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새마을운동 업무를 담당한 경험이 있다. 새마을운동은 물리적 환경 개선부터 시작했다. 그러나 동시에 새로운 요소를 수용하고 변화를 받아들이는 의식개혁으로 주민들의 역량을 강화시켰다. 새마을운동이 개도국의 지속 가능한 농촌개발 패러다임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교육시스템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유념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

먼저 '새마을정신'이 전수될 수 있도록 초청연수 등의 교육을 체계화해야 한다. 현재는 다양한 기관에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매뉴얼 및 가이드라인 없이 강의교재 및 커리큘럼 구성을 강사진의 재량에 맡겨놓고 있다. 체계적인 강의를 진행하기에 한계가 있고 또한 교육과정에 새마을 가치와 철학이 제대로 반영될지도 의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연수기관 간 입체적 역할분담 및 새마을정신 및 철학이념을 체계적으로 정립하고 이론화하는 교육총괄기관의 설립이 시급하다. 특히 일원화된 교육표준 모듈·커리큘럼·표준교재 등을 개발 및 보급해야 한다.

그리고 교육연수생 통합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 관리함으로써 장기적인 관점에서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이들의 의식을 변화시키고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장기 교육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역사적으로 선진국들은 상품의 수출 이외에 그 나라가 구축한 제도와 시스템 등을 다른 나라에 전수해왔다. 영국의 정치제도, 독일의 법제도, 미국의 공정거래제도, 스위스의 지방자치제 등이 그 예이다. '신(新)새마을운동'의 국제적 확산을 통해 빈곤퇴치와 인류의 공동번영에 기여한 제도를 만든 나라로 대한민국이 인류역사에 영원히 기억되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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