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분기 실적시즌의 충격이 계속되고 있다. 애초 시장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낮은 수준의 실적을 발표하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닝쇼크'를 보이는 기업이 끊이지 않으면서 증권가는 4·4분기에 대한 기대치를 대폭 낮추는 등 하향조정에 나서고 있다.
2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지난달 30일까지 3·4분기 실적을 발표한 90곳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 41곳의 영업이익이 시장의 예상치보다 낮았다. 특히 절반인 21곳은 10%의 이상의 괴리율을 보여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가장 큰 어닝쇼크를 기록한 업종은 조선·건설 등 산업재 섹터였다. 특히 삼성엔지니어링은 150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기대됐으나 1조5,127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실제 실적이 시장 예상치보다 10,171.69%나 낮았다. 현대중공업(-4,298.56%)과 대우조선해양(-717.96%), GS건설(-66.21%), LG상사(-32.57%), 현대산업개발(-30.38%), 대우인터내셔널(-10.2%) 등도 괴리율이 높았다. 이 밖에 호텔신라(-87.44%)와 이노션(-19.77%), 아모레G(-12.51%) 등 경기 관련 소비재 섹터와 OCI(-38.67%), 송원산업(-21.08%), 풍산(-12.07%), 유니드(-11.43%), 금호석화(-10.86%), 포스코(-9.92%) 등 소재 산업에서도 어닝쇼크가 많았다.
기업들의 3·4분기 어닝쇼크가 계속되면서 증권가는 해당 업체들의 4·4분기에 대한 눈높이를 서둘러 낮추고 있다.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3·4분기 실적을 발표했으며 4·4분기 실적 추정치가 있는 코스피 상장사 87곳 중 실적 예상치가 한 달 전 대비 하향조정된 곳은 50곳이나 됐다. 조정폭이 10%를 넘긴 곳도 21곳에 달했다.
하향조정폭이 가장 큰 종목은 LG생명과학으로 4·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한 달 전 152억원에서 최근 78억원으로 48.58%나 줄었다. 정서현 흥국증권 연구원은 "당뇨 신약 제미글로의 효과가 예상보다 빨리 반영돼 4·4분기 실적 전망을 대폭 하향했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40.42%)와 한미약품(-39.50%), 하나금융지주(-32.68%), 대교(-28.30%), 현대중공업(-18.80%), S&TC(-18.18%), LG상사(-16.16%) 등도 하향 조정폭이 컸다. 또 대규모 어닝쇼크를 낸 OCI는 63억원 흑자에서 104억원 적자로 '적자 전환'했으며 대우조선해양은 73억원에서 338억원으로 예상 적자 규모가 대폭 늘었다.
4·4분기 실적 전망치가 10% 이상 상향조정된 종목은 9곳에 불과했다. 100% 넘게 상향조정된 한화테크윈은 3·4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300% 이상 웃돈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세아베스틸(37.66%)과 삼성중공업(35.00%), 삼성정밀화학(32.14%), 현대로템(12.02%), 효성(13.99%) 등이 뒤를 이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4·4분기 전망은 3·4분기 실적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현재까지 나온 실적들이 시장 예상을 크게 하회하면서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며 "한동안 기업 실적은 계속 감속할 것으로 전망돼 업종이 아닌 종목을 중심으로 투자 전략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