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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동차는 친환경 자동차의 아이콘이다. 하지만 배터리 용량의 한계로 아직은 150㎞ 정도밖에 운행거리가 안 돼 보급 확산에 애로가 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해줄 고용량 배터리인 리튬공기전지가 최근 세계 각국의 주목을 받고 있다.
리튬공기전지는 리튬 소재를 음극으로, 공기 중의 산소를 양극으로 이용하는 차세대 2차전지의 하나다. 최대 강점은 기존 리튬이온전지보다 약 10배나 높은 에너지 밀도에 있다. 이에 따라 차량용 배터리로 채용하면 대폭적인 주행거리 증진이 가능하다. 이를 직시한 미국·영국·일본 등 선진국들은 이미 지난 2009년부터 연구개발에 뛰어든 상태다.
후발주자인 우리나라는 2012년부터 연구를 본격화했다. 그중 한국화학연구원 차세대전지소재연구그룹의 강영구 박사팀이 대표적 리더 연구팀으로 꼽힌다. 강 박사는 "주행거리 증진과 10년 이상의 내구성, 안전성 확보가 차량용 차세대 2차전지의 핵심 이슈"라며 "리튬공기전지는 이 조건을 충족시켜줄 최적의 대안"이라고 밝혔다.
지난 3년간 강 박사팀은 리튬공기전지용 전해질의 설계, 합성기술 개발, 전해액의 전기화학 및 충·방전 특성 평가 시스템 구축 등 기초적 연구 기반을 마련했다. 그 과정에서 충·방전 중 소모된 산소량과 가스 생성물을 정량분석하는 측정장비도 국내 최초로 개발해 운용하고 있다. 강 박사는 "고용량·고안정성을 담보해줄 전극과 전해질 소재 개발에 연구의 성패가 달려 있다"면며 "첨단 나노기술과 분자제어기술을 활용해 이들 소재를 설계·합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오는 2016년까지 이 같은 소재 개발에 치중하면서 상용화를 위해 요구되는 충·방전 횟수와 전류 밀도, 전류효율 조건 등의 특성을 고려해 원천연구를 수행해나갈 방침이다. 이후 2020년께 민간기업과 연계, 시제품을 제작한 뒤 상용제품 출시를 목표로 본격적인 기술고도화에 돌입하게 된다. 강 박사는 "시제품이 제작되면 충·방전 횟수와 안정성, 그리고 소재 부문에서의 문제점들을 파악해 개선할 수 있다"며 "돌발변수만 나타나지 않는다면 2030년 이전에는 국내 기술로 개발된 리튬공기전지의 상용화를 목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리튬공기전지의 국산화에 성공할 경우 우리나라가 누리게 될 경제적 파급효과는 결코 작지 않다. 전기차, 신재생에너지 발전용 대용량 전력저장 시스템용 리튬이온전지 시장 대부분을 리튬공기전지가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강 박사는 "전력저장 시스템 시장 규모 전망치는 2020년 29조7,000억원으로 오히려 전기차 시장을 웃돈다"며 "휴대폰과 노트북, 지능형 로봇, 드론 등의 전원장치로의 활용성도 탁월하다"고 강조했다. /대덕=구본혁기자 nbgko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