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 쌍용차의 기적과 노동개혁



지금도 지난 2009년 여름의 평택이 잘 잊히지 않는다. 한여름 뙤약볕이 내리쬐는 공장 지붕에서 복면을 한 노조원과 검정색 옷을 입은 경찰특공대가 서로 쫓고 쫓기던 장면 말이다.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은 경영난을 이유로 정리해고에 나선 회사 방침에 맞서 공장을 점거하고 77일 동안 옥쇄 파업을 벌였다. 파업은 진압됐고 이후 과정은 이미 다 아는 그대로다. 전체 인력의 37%에 해당하는 2,646명이 직장을 잃었고 지금까지 20여명의 직원과 그 가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3년 무급휴직자 455명이 복직했지만 파업을 하다 정리해고된 187명과 희망퇴직자 1,603명은 아직 회사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쌍용차 노사가 11일 해고자 복직에 잠정 합의했다. 쌍용차가 정리해고자를 복직시키기로 한 것은 경영상황이 점차 나아지고 있어서다. 올해도 적자가 예상되는 등 여전히 어려운 경영상황에서도 신규 인력이 필요하면 휴직자와 퇴직자를 우선 채용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려는 쌍용차 대주주 마힌드라그룹과 경영진에 박수를 보낸다.

평택에서 훈훈한 소식이 전해졌지만 많은 근로자가 구조조정 한파에 떨고 있다. 여기저기서 희망퇴직과 무급휴직을 실시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입사 1~2년 차 신입사원에 대해서도 희망퇴직을 받는 기업도 있다고 한다. 그만큼 회사가 어렵다는 얘기겠지만 미처 뜻을 펴보지도 못하고 어렵게 들어간 회사를 떠나야 하는 직원들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했으면 다른 방법을 찾지 않았을까 싶다.

회사가 어려워지면 인원 감축을 해서라도 몸집을 가볍게 해 최악의 상황을 막아야 하는 것은 맞다. "대선(大善)은 비정(非情)과 닮았다"라는 이나모리 가즈오 전 일본항공 회장의 말처럼 구조조정에는 임직원들의 일부 희생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한순간에 직장을 잃은 근로자들이 겪어야 할 고통과 막막함을 어떻게 덜어주느냐다. 요즘같이 경기가 침체되고 다들 어렵다고 하는 상황에서는 재취업도 말처럼 쉽지 않다. 전직·이직을 돕는 시스템이 여전히 부족하고 실업급여도 적은데다 지급 기간도 짧다. 고용안전망이 취약한 상태에서 실직자들이 느낄 두려움은 겪어보지 않고서는 헤아리기 힘들다.

정부가 노동개혁을 추진하려는 이유도 취약한 고용안전망을 확충하고 근로시간 단축과 임금체계 개편으로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일반해고를 쉽게 해 오히려 실직자를 양산하고 파견 확대로 비정규직만 늘리는 방안이라고 반발하지만 지금 경직된 고용 시장을 바꾸지 않으면 더 큰 파국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어려운 시기지만 이 파고를 슬기롭게 타고 넘으면 쌍용차와 같은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이 살고 경제가 성장해야 즐겁게 일할 직장이 있지 않겠는가.
성행경 산업부 차장 sain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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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행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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