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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이 좀체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9월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8.3%를 기록해 전달(-14.7%)에서 나아졌지만 유럽에서의 반짝 호조가 없었다면 2개월 연속 두 자릿수 하락은 불가피했다. 분기 기준으로도 6년 만에 최악의 실적이다. 수출 개선세가 어느 순간 꺼질 줄 모르는 모닥불처럼 불안한 가운데 수입은 올 들어 가장 큰 낙폭(21.8%)을 기록해 '불황형 흑자(9월 무역수지 89억달러 흑자)' 고착화에 대한 우려는 더 커졌다.
2011년 이후 지속된 연간 교역 규모 1조달러 달성도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연말 성수기에 대한 기대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미국 금리인상, 중국 경제둔화 등 대외요인을 고려할 때 실낱같은 희망에 가깝다. 우리 경제가 반등의 모멘텀을 찾지 못하면서 석유화학·철강·조선 등 전방산업에 대한 구조조정 목소리는 한층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EU 수출로 겨우 최악 면해, 저유가로 수입은 최대폭 감소=수출은 '유럽이 살렸다'는 촌평이 과하지 않다. 지난달 유럽연합(EU) 수출은 19.7% 뛰며 9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했다. EU 내수가 회복 기미를 보인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품목별로 보면 △TV 119% △선박 102.2% △자동차 부품 33.5% 등 주력 상품이 두루 상승했다.
하지만 다른 지역은 죽을 쒔다.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중국은 5% 줄며 3개월째 감소했고 미국도 3.7% 줄었다. 품목 중에서는 갤럭시S6 엣지 등의 인기로 무선통신기기 수출이 40.9% 증가한 게 눈에 띈다. 자동차 부문은 -1.5%로 감소폭이 줄어드는 등 생각보다 괜찮았다. 현대차 노조 파업이 월말에 있었고 물량도 확보해둔 덕분으로 보인다. 반면 △석유제품 -35.3% △선박 -20.4% △철강 -21.6% 등은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수출 낙폭은 줄었지만 안심하기 어려운 게 문제다.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은 "유럽의 경우 선박 수출이 지난해의 3배인 11억달러를 기록한 게 컸는데 내수 회복이 일시적인지 추세적인지 판단하기 어렵고 중국도 불안하다"고 신중한 입장을 피력했다. 수입 감소는 원자재 가격 하락 여파가 컸다. 유가가 배럴당 40달러대로 떨어져 원유가 52% 줄었고 석탄(-22.5%), 가스(-35.7%) 등도 급감했다.
◇연말 특수 있다지만 저만치 멀어진 무역 1조달러=9월까지 누적 무역 규모는 7,279억달러다. 남은 4·4분기에 2,721억달러는 돼야 1조달러를 메운다. 공교롭게도 2,721억달러는 지난해 4·4분기 교역 규모(2,770억달러)와 거의 같다. 따라서 이번 4·4분기에 지난해 동기 수준의 교역이 가능해야 1조 달성이 가능하다. 일단 10월은 어렵다. 지난해 10월에 사상 최대 수출실적(516억달러)를 올린 탓이다. 비빌 언덕은 북미 쇼핑시즌인 블랙프라이데이(11월 셋째주)와 유럽 박싱데이(12월25일)가 있는 오는 11~12월인데 연말로 갈수록 글로벌 경제가 요동칠 개연성이 적지 않아 쉽지 않다는 진단이 우세하다. 정부는 1조달러 달성의 가장 큰 변수로 유가를 꼽는다. 유가가 수출과 수입 모두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강두용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세계 교역 규모가 더 늘어도 우리 수출이 예전과 같은 성장을 구가하기는 어렵다"며 "산업 구조조정 등을 통해 경제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인 중앙대 교수는 "어려운 수출 여건상 내수를 끌어올릴 대책이 더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세종=이상훈·구경우기자 shle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