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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타는 영화&경제] (1)'허드서커 대리인'과 폭스바겐 스캔들

영화 속 기업 ‘허드서커’ 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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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영화 속 기업 ‘허드서커’ 본사.




#오너경영이 전문경영보다 우월하다?

세계 1, 2위를 다투는 자동차업체 폭스바겐이 배출가스 눈속임 장치를 부착했다가 들통나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몰렸다. ‘합리적인 가격의 클린 디젤’이 한낱 사기극에 불과했다니 정말 충격적이다. 이 사태로 폭스바겐은 최대 1,100만대에 대해 리콜을 통보하게 됐고 그 비용이 무려 200억 달러(약 23조원)가 넘을 것이라고 한다. 이러고도 회사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당연한 수순이겠지만, 이번 스캔들에 대한 책임으로 폭스바겐의 마르틴 빈터코른 최고경영자(CEO)도 사퇴했다. 그는 4년 전부터 ‘배출 가스 불법조작’에 대한 내부경고가 있었음에도 이를 철저히 묵살했다고 한다. 주주에게서 권한을 위임받은 경영 대리인으로서 회사의 미래와 정도(正道)경영은 아랑곳없이 제 잇속만 차리고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했던 마르틴이었다. 부도덕의 극치요, 그 결과는 참혹하다.


영화 ‘허드서커 대리인’(감독 조엘 코엔, 1994년)에서의 대리인도 부도덕하기는 폭스바겐 대리인과 마찬가지다. 영화는 대기업 허드서커의 창업자이자 오너가 갑자기 창밖으로 투신자살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주식 87%나 가진 주주가 유서도 가족도 없이 죽자 이사진은 대혼란에 빠진다. 사규에 오너 사망후 첫 회계연도에 주식 87% 전량을 일반에 공개하도록 규정돼 있는 터라 자칫하면 이사진 모두가 거리로 내몰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때 머스 버거(폴 뉴먼) 이사가 기발한 음모를 내놓는다. “일반인이 사기 전에 주가를 떨어뜨려 지분 51%를 이사진이 확보하자”는 것이다. 그러고는 주가의 폭락을 유도하기 위해 멍청하고 무능력한 사장을 앉히려 동분서주한다.

허드서커의 오너가 투신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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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허드서커의 오너가 투신하는 모습.



#“실패했다고 절망하지 말라”

이에 꼭 맞아떨어진 인물이 나타났으니 바로 허드서커의 우편사무소 직원 노빌 번스(팀 로빈스). 누가 봐도 얼간이인 노빌은 허드서커의 허수아비 사장으로 영입된다. 하루는 노빌이 이사회에서 동그라미를 그려 보이더니 “아동용인데 2~3년간 연구한 것”이라느니 “대량판매로 큰 이윤을 낼 것”이라느니 큰소리를 친다. 이사진은 이 어처구니없는 아이디어가 회사의 큰 손실을 내고 주가를 폭락시킬 것이라고 믿고 대량생산을 밀어붙인다. 그런데 뜻밖에도 동그라미 ‘훌라후프’는 대박이 났다.

단숨에 천치 사장은 천재 사장으로 거듭났고 경영권 찬탈을 획책하던 이사진은 난감해졌다. 노빌은 언론의 뜨거운 관심과 호화판 생활에 취해 희희낙락한다. 그러나 악의 세력이 그렇게 호락호락할 리가 없다. 머스 버거 이사는 노빌이 ‘동그라미 아이디어’를 도용했다고 누명을 씌웠고, 노빌은 사기꾼으로 손가락질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졸지에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노빌은 너무나 괴로운 나머지 투신자살을 기도한다. 이 때 죽은 허드서커 오너가 천사의 모습으로 나타나 말한다. “차기 사장은 나처럼 자유를 갖고 실험하고 떨어져야 해. 주주나 이사진의 간섭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신임 사장은 떨어질 자유와 실패에서 배워 다시 일어서는 걸 배울수 있어야 해. 그것이 사업이고 인생이지.” 그리고 덧붙인다. “실패했다고 절망하지 말라. 신임 사장에게 이 허드서커가 다시 한 번의 기회를 부여하노라.” 그리하여 노빌은 허드서커의 유언에 따라 87%의 지분을 확보한 오너로 복귀한다. 오너경영의 승리인 셈이다. ‘허드서커 대리인’이 오너경영의 우월함을 주장하는 대표적 영화로 꼽히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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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노빌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이사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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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주인공 노빌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이사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배출가스 눈속임 폭스바겐 존폐 위기

물론 오너경영이 나은지, 전문경영이 나은지는 한 마디로 판가름하기는 어려운 문제다. 다만 오너경영은 책임경영이 가능하며 단기적인 성과에 연연해 무리한 결정을 내리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와 스웨덴의 발렌베리 등이 오너경영의 대표적 성공사례다. 이밖에도 BMW 까르푸 미쉐린 월마트 베텔스만 등에서 오너경영이 빛을 발하고 있다.

반면 전문경영은 철저히 실적 위주로 평가를 받기 때문에 성과 지향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일장일단이 있다. 단점이라면 전문경영 기업에서 무리한 경쟁과 단기 실적을 부풀리기 위한 분식회계, 소비자 속이기 등의 부당행위가 생겨나는 것 등이다. 대규모 분식회계 스캔들에 휩싸였던 엔론과 단기 결과에 치중한 경영으로 파산을 자초한 GM 등이 전문경영의 폐단이 드러난 나쁜 사례다.

폭스바겐이 78년 기업 역사상 가장 큰 위기를 맞게 된 것도 전문경영인의 독단과 부도덕 탓이 크다. 8년 넘게 폭스바겐 CEO 자리를 굳건히 지켜온 마틴 빈터콘은 오너 일가까지 ‘바지저고리’로 여기며 전횡을 일삼았다. 그의 독재적 리더십은 내부의 숱한 자정노력조차 수포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 결과 폭스바겐은 현재 기업 존폐조차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내몰렸다.

허드서커 오너가 “실패했다고 절망하지 말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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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허드서커 오너가 “실패했다고 절망하지 말라”고 말하고 있다.



#전문경영, 장점도 있지만 ‘도덕적 해이’ 폐단 커

경제학에 ‘주인-대리인이론’이 있다. 사회구성원간의 관계를 주인과 대리인간의 계약관계로 상정해, 정보의 불균형과 근본적 이해관계의 상충으로 인해 대리손실이 발생한다는 신제도주의 이론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대리인이란 항상 주인의 이익을 위해 일하지는 않고 자신의 이익을 은밀하게 더 챙기거나, 주인에게 해를 끼치는 판단을 하는 등 도덕적 해이를 일삼곤 한다. 심지어 주인의 권한을 넘보는 것은 물론 그 자리까지 탐내는 대리인이 생기기 마련이라는 주장인데 꽤나 설득력이 있다. 영화 ‘허드서커 대리인’의 머스 버거와 현실의 ‘폭스바겐 대리인’ 마틴 빈터콘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대리인의 부도덕과 몰염치가 어쩌면 그리도 쏙 닮았는가 말이다.

더 큰 걱정은 대리인의 도덕적 해이가 폭스바겐으로 과연 끝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주주와 소비자, 직원 등의 공적 이익보다는 제 잇속 챙기기에 급급해 매출과 시장점유율을 속이고 회계 조작에 소비자를 기만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대리인이 지금 또 어디서 독버섯처럼 자라나고 있을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문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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