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에너지 공기업 사장 인사, 안하나 못하나

부채감축·비리척결 등 현안 쌓여있지만 6곳 공석

공석


에너지 공기업 최고경영자 인선이 부지하세월이다. 산업통상자원 산하 11개 시장형 에너지 공기업 가운데 4곳의 임기가 만료됐지만 사장 인선 절차는 게걸음이다. 심지어 4개월째 사장이 공석인 중부발전은 이달 내부적으로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사장 공모에 나서기 직전 외부의 압력으로 절차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연말 조각수준의 개각과 내년 총선 즈음까지 인선이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6일 현재 11개 시장형 에너지공기업(한전·발전5개사·한수원·가스공사·석유공사·광물공사·난방공사) 가운데 사장이 임기를 다했거나 빈 곳은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광물자원공사·중부발전·남부발전 등 4곳이다. 게다가 한국전력과 동서발전 사장도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에너지 공기업 사이에 대규모 인사 태풍이 예고되고 있다.

이 중 가장 덩치가 큰 석유공사는 지난 8월 서문규 사장의 임기가 끝났다. 하지만 석유공사는 3개월이 넘도록 아직 임원추천위원회 구성조차 못 했다. 이미 내부는 삐걱거리고 있다. 석유공사는 8월 임기가 끝난 생산본부장과 이달 만료된 비축사업본부장의 후임 인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달에는 전략기획본부장, 다음달에는 김중현 부사장의 임기도 끝난다. 연말이면 상임이사 6명 가운데 5명의 임기가 끝나 사실상 경영 공백 상태가 되는 셈이다.

중부발전 사장도 공석이다. 6월 최평락 중부발전 사장이 사퇴한 지 4개월여가 지났지만 임추위도 구성되지 않은 상황. 고정식 광물공사 사장의 후임도 오리무중이다. 광물공사는 15일 임추위를 구성해 이번 주(19~26일) 사장 공모에 나서기로 했지만 서류·면접, 공공기관운영위원회 등을 거쳐야 해 사장 인사는 연말을 넘어갈 공산이 크다. 내부 비리로 지난달 사표를 낸 김태우 남부발전 사장을 이을 후임자 선정작업도 진척이 없다.

사장 자리가 빈 에너지 공기업들은 부채감축과 내부 비리 척결 등 현안이 산적해 있다. 이 때문에 일부 공기업 사장 인선에는 적임자 찾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적임자들은) 부채가 많은 공기업에 갔다간 고생만 하고 경영실패와 부패라는 딱지를 붙이고 나올 것을 우려해 (자리를) 사양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공기업 사장직이 정치인들의 '나눠 먹기' 자리가 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지적도 나온다. 내년 공천에서 떨어진 여권 인사를 비롯한 정치인들이 '보은 자리'로 활용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에너지 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적임자를 추천하면 위에서는 무조건 'NO'라고 한다"며 "정치권에서 큰 장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에 총선 전까지는 인사를 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세종=구경우기자 bluesquar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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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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