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현실로 나타난 수출절벽… 활로는 없나

올 들어 9개월째 조금씩 쪼그라들던 수출이 10월 들어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다. 29일자 서울경제신문 집계를 보면 이달 22일 기준 수출금액은 289억7,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3.6% 떨어졌다. 10월 전체 수출은 전년보다 16% 이상 하락한 434억달러선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09년 8월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월간 수출이 20.9% 급감한 이후 최악의 성적표다. 이 정도면 그동안의 수출감소를 넘어 '수출절벽'에 맞닥뜨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달만의 일시적 현상도 아니다. 정부는 올 들어 계속된 수출감소에 대해 국제유가 하락으로 수출의 20%가량을 차지하는 석유·유화제품의 단가가 하락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달 수출현황을 보면 석유·유화를 제외한 수출실적도 두자릿수(11.3%)의 감소율을 보였다. 수출이 특정 품목 위주로 일시적으로 줄어든 게 아니라 전반적인 위축임을 보여준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가 '한강의 기적'을 일궈내며 이만큼이라도 먹고 살 수 있게 만든 것은 수출이다. 좀처럼 내수가 살아나지 않는 지금 저성장의 찬 바람을 걷어내고 우리 경제 전반에 훈풍을 불어넣을 유일한 엔진도 수출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수출입국을 경제정책의 맨 앞자리에 둬야 한다. 그동안 수출이 줄어들 때마다 내놓은 땜질식 위기모면 대책이 수출절벽으로 이어졌다는 점을 인정하고 모든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우선 서둘러야 할 것은 대(對)중국 수출구조를 바꾸는 일이다. 중국이 경제발전 방향을 수출에서 내수로 바꾼 만큼 기존의 중간재 공급에서 탈피해 새롭게 열리는 소비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이를 촉진하기 위해서도 한중 자유무역지대(FTA)의 국회 비준 동의가 필수적이다. 정치권은 이날 무역협회 등 경제계가 한목소리로 비준 동의를 촉구한 대목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 수출의 26%를 받아주는 중국 시장에 안주하는 대신 꾸준하게 성장하는 베트남·멕시코 등으로 수출시장을 다변화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연구개발(R&D) 등을 통해 새로운 수출 주력품목을 발굴하는 일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평가받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일약 글로벌 강자로 우뚝 선 LG화학 같은 기업이 계속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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