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초반 분당, 일산, 부천, 평촌 등 1기 신도시 입주가 시작됐을 때 서울서 신도시로 이전하는 '스프롤 현상(도시의 교외 확대)'이 두드러졌다. 서울과는 다소 멀지만 잘 계획되고 정비된 주거 환경을 찾아 서울을 떠난 것. 특히 신도시 조성 초기에 이주한 사람들은 이후 시세 상승으로 이득을 보기도 했다.
이들 신도시가 입주한 지 20년이 넘어가면서 다시 서울 인근으로 이전해오는 '역 스프롤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 이들 신도시와 서울 사이에 조성되는 고양 삼송과 하남 미사 등 공공택지지구(옛 보금자리지구)와 판교와 광교 등 일부 2기 신도시에서다.
◇역 스프롤 지역 가격 상승세 무섭네 = 역 스프롤 현상의 대표주자는 단연 판교신도시다. 이곳은 2000년대 후반 분당신도시서 인구가 대거 유입되면서 분당 시세를 훌쩍 뛰어넘은 것은 물론 현재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판교 아파트 가격은 공급면적 3.3㎡당 1,500만원대에 머무는 분당보다 900만원 이상 높은 2,300만원대에 형성돼 있다.
광교신도시도 상승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1월 3.3㎡당 1,638만원에서 10월 현재 1,718만원으로 뛰었다. 전용 84㎡ 아파트 기준으로 평균 3,000만원 가량 오른 것이다. 수원시에서 여력이 있는 계층들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는 것이 현지의 전언이다.
최근 들어 돋보이는 것은 고양 삼송지구와 하남 미사지구다. 각각 일산신도시와 하남시를 등에 업고 있는 이들 지구는 올 들어 분양권 시세가 수 천 만 원씩 오르는 등 인접한 서울 지역 아파트 가격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기존 도시보다 규모 적은 탓에 희소성 부각 = 이들 도시들이 인기세를 구가하고 있는 것은 입지와 규모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기존 1기 신도시와 서울 사이에 자리 잡은 탓에 서울에 좀 더 가까이 살려는 사람들이 속속 유입되고 있는 것.
실제로 이동 거리뿐 아니라 대중 교통망도 뛰어나다. 판교와 광교는 '신분당선' 라인이 관통한다. 고양 삼송은 3호선 라인에 놓여 있으며, 하남 미사는 현재 5호선 연장이 추진 중이다.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 역시 사람들을 끌어 들이고 있다. 기존 1기 신도시나 배후 수도권 구 도심에 비해 거주 가구 수가 적은 탓에 희소성이 부각 되면서 가격이 오르는 것. 실제로 18만 가구로 계획된 분당신도시에 비해 판교신도시는 3만 여 가구에 불과하다. 아울러 고양 삼송지구는 2만 여 가구로 21만 가구가 들어선 일산신도시의 10분의 1 수준이다.
이동준 엠디엠플러스 전무는 "잘 정비되고 계획된 신도시에 비해서 뒤떨어지는 것으로 여겨졌던 택지지구들이 입주를 시작하고 편의시설이 들어서며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며 "배후 도시에서 이전해오는 목적의 문의가 꾸준하다"고 말했다.
◇ 역 스프롤, 남은 분양 물량은 어디 = 이들 도시들은 조성이 막바지 단계라 아파트 신규 물량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나마 하남 미사지구가 물량이 다소 남아 있다. 대원은 A3 블록에서 아파트 550가구를, 신안은 32블록에서 735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오피스텔 공급은 봇물이다. 미사 푸르지오 시티(815실), 힐스테이트 에코(650실), 안강에비뉴(1,000실) 등이 연달아 분양에 나설 계획이다. 고양 삼송지구에서는 역세권 주거상업복합단지가 대거 공급된다. 이달 초 대우건설의 주상복합 아파트 '삼송 원흥역 푸르지오' (450가구)를 시작으로 엠디엠의 주거용 오피스텔 'e편한세상 시티 삼송'(588실)과 피데스개발의 주거용 오피스텔(976실) 분양이 이어진다.
판교와 광교는 아파트와 오피스텔 신규 공급은 마무리된 상태다. 판교는 이달 입주하는 '판교 알파리움', 광교는 지난 8월 분양한 '중흥 S-클래스'가 마지막이었다. 하지만 아직 상승 여력이 있어 거주 목적이라면 구입할 만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광교와 삼송 등의 경우 노후 된 1기 신도시와 수도권 구도심의 대체 주거지로서 당분간 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역 스프롤 현상=시가지가 교외 지역으로 이전하는 스프롤 현상 반대 개념. 교외에서 다시 도시 지역 인근으로 이전하는 것을 말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