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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유아용품 박람회. 다양한 캐릭터 상품이 즐비한 가운데 유난히 미니 마우스나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주인공 엘사 등이 그려진 제품들이 눈에 띄었다. 현장에서 만난 업계 관계자는 "남녀 구분이 가능한 제품의 경우 남아용보다 여아용 디자인이 더 잘 팔린다"며 "과거에 비해 여아 수가 많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체 출생성비(여아 100명당 남아 수)는 105.3으로 남아와 여아 출생률의 격차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특히 셋째아 이상의 출생성비는 2004년 133.0을 기록했으나 10년이 흐른 지금은 106.7로 급격히 감소해 정상 성비 수준으로 진입한 상태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들어 남아선호사상이 시들해졌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하고 있다. 특히 요즘 젊은 부부 사이에서는 '딸바보'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여아에 대한 선호도가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세태 변화는 유아용품 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여아용 제품과 디자인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 유아용 침구 브랜드 '밀로앤개비'에서 판매하는 캐릭터 입체 이불은 '로라(토끼)'와 '딜런(공룡)', '톰(호랑이)' 3가지 디자인으로 구성돼 있는데 그 가운데 여아 디자인인 '로라'는 출시하자마자 완판되는 기염을 토했다. 국내 온라인·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 문의도 끊이지 않아 처음 물량보다 3배 많은 수량을 추가로 제작하고 있다.
유아용 내의와 식기 시장에서도 여아용 디자인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신생아 의류 브랜드 '릴헤븐'의 누적 판매량 1위부터 4위까지의 제품은 엘린, 제이미, 코지스트라이프, 보니타 순으로 모두 분홍색 계열의 여아 디자인이다. 물통과 교정용 젓가락 등 유아용 식기로 유명한 '릴팡'의 전체 상품 중에서도 여아용 디자인 비중이 높다. 뽀로로와 미키마우스 등의 중성 캐릭터를 제외하면 여아 대상 캐릭터(겨울왕국, 프린세스, 르슈크레, 소피아, 미니마우스 등) 제품이 35%, 남아 대상 캐릭터(요괴워치, 어벤저스 등)가 25%를 차지하고 있다. 릴팡 관계자는 "여자아이와 남자아이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가장 많은 매출을 차지하긴 하지만 성별을 나눠 보면 여아용 디자인 상품이 남아용 상품보다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며 "지난 상반기에는 2013년에 비해 여아용 상품의 매출이 10% 정도 늘었으며 앞으로도 이런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아용품 업계에선 이 같은 현상을 환영하는 눈치다. 남아용 캐릭터 상품은 인기가 길게 유지되는 경우가 별로 없으나 여아용 캐릭터 상품의 경우에는 파급력이 크고 오랜 기간 동안 인기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개봉한 겨울왕국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는 1년 6개월이 지난 현재에도 여아용 유아제품 캐릭터 가운데 독보적인 1위를 유지하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