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대형마트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영업규제에 대해 정당하다는 판단을 내림에 따라 다른 관련 소송에도 줄줄이 영향을 미치게 됐다. 이번 판결로 현재 전국 법원에 남아 있는 14개 대형마트 규제 처분소송도 사실상 지방자치단체의 승소로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은 핵심 쟁점이었던 지자체의 재량권 남용과 관련해 "구청들은 처분으로 달성되는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이나 대규모 점포 근로자의 건강권과 중소 유통업체와의 상생발전, 그에 반대되는 대형마트 영업의 자유, 소비자 선택권 등 모든 요소를 실질적으로 고려했다"며 구청의 손을 들어줬다. 특히 "소비자들의 선택권은 헌법에 따라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법률로 제한할 수 있는 기본권"이라며 "새벽 시간이나 한 달에 2번 의무휴업을 명하는 것으로 영업자유나 소비자 선택권이 침해된 것은 아니다"라며 규제의 내용도 정당하다고 봤다.
대법원은 또 규제 처분 대상과 관련해 "일단 대형마트로 개설 등록됐다면 대규모 점포를 일체로 판단해야 하고 개별 점포의 실질을 다시 살필 필요는 없다"며 원심의 판단을 부정했다. 원심은 법에서 대형마트를 '점원의 도움을 받지 않는 점포 집단'이라고 규정한 점을 들어 이마트 등이 대형마트가 아니라고 봤다. 아울러 마트 내 임대 매장 업주들의 의견을 미리 묻지 않아서 위법하다고 본 원심판결 역시 "대규모 점포 개설자 만이 처분 상대방"이라며 파기했다.
특히 대법원은 이번 판단을 하면서 헌법적 가치를 기준으로 영업규제의 정당성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경제활동에 대한 규제는 필연적으로 규제대상 경제주체나 이해관계인의 불이익과 불편함을 수반하게 된다"며 "헌법이 지향하는 바에 따라 공존하고 상생하는 경제질서를 위해서는 경제활동의 자유가 제한되더라도 본질적 침해가 아니라면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판단했다. 구청의 행정 처분이 헌법적 가치에도 부합한다고 본 셈이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들이 행정소송과 함께 추진하고 있는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도 기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은 재판 당사자가 소송의 근거가 되는 법률이 헌법적 가치에 반한다고 생각할 경우 재판부에 해당 법 조항의 위헌 여부를 헌법재판소에서 먼저 가려보자고 신청하는 제도다. 현재 대형마트들은 지난해 4월 인천과 부천, 청주, 서울 중랑구 등을 상대로 하는 4개의 소송에서 유통산업발전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해뒀다. 다만 앞서 서울행정법원과 수원지방법원 2곳은 이미 같은 법률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기각했다.
이번 사건에서 구청 측 변호를 담당한 이림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의무휴업 지정이 공정한 경제질서와 상생 철학에 부합한다고 본 것"이라며 "판결의 취지를 고려하면 현재 걸려 있는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도 기존과 같이 기각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예상했다.
현재 대형마트 업체들이 영업규제와 관련해 지자체를 대상으로 낸 소송은 인천과 경기·서울·청주·대전 등 14건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