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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문을 연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 모델하우스. 주말 내내 예비 청약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져 3일 동안 2만4,000여명이 몰리며 인산인해를 이뤘다.
같은 날 개관한 삼성물산의 '래미안 서초 에스티지S' 모델하우스에도 주말 동안 1만여명의 관람객이 방문해 성황을 이뤘다. 이 아파트 분양관계자는 "모델하우스를 방문한 고객의 약 90%가 상담을 받았고 대부분이 실제 청약의사를 밝혔을 정도로 높은 관심을 보였다"며 "실거주는 물론 투자 목적으로 방문한 고객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역대 최대 규모의 분양물량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주 말 전국에서 문을 연 모델하우스는 총 23곳에 이른다. 전세난이 계속되고 있는데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신규 분양시장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9월 전국 주택 인허가 규모가 올해 들어 최대치를 기록하며 올 한해 주택 인허가 물량이 70만가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향후 주택 공급으로 이어질 인허가 물량이 급증하며 시장에서는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 또한 커지는 상황이다.
◇올해 최대치 기록한 9월 인허가 물량=2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주택 인허가 물량은 8만7,955가구로 전년 동월 대비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은 5만1,215가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3.0% 늘었다. 용인 남사(6,800가구)와 김포 한강(2,410가구), 화성 동탄2(1,669가구) 등 경기도 택지·도시개발지구에서 대규모 사업승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수도권 이외 지역은 지난해보다 120.6% 늘어난 3만6,740가구로 광주(3,616가구)와 강원(6,349가구), 경남(4,302가구) 등이 증가세를 이끌었다.
유형별로는 아파트 인허가 물량이 6만6,567가구, 아파트 외 주택이 2만1,338가구로 지난해보다 각각 117.3%, 55.8% 증가했다.
지난달 아파트 등 공동주택 분양 실적도 3만8,294가구로 지난해와 비교해 17.3% 늘었다. 공동주택 분양물량은 청약시장의 분위기가 좋아지며 3월 이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에서 지난해보다 118.0% 증가한 2만2,062가구가 분양됐고 수도권 이외 지역의 분양물량은 27.9% 감소한 1만6,232가구로 집계됐다.
주택 착공 실적은 5만198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많았다. 누계로는 46만2,244가구로 지난해 대비 40.3% 증가했다.
◇2~3년 뒤 미입주 사태 우려…인허가 물량조절 나서야=건설사들의 밀어내기식 분양 여파로 올 한 해 주택 인허가 물량이 70만가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면서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직까지는 시장의 분위기가 꺾이지 않고 있지만 현재의 공급 추세가 이어진다면 지역에 따라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연화 기업은행 부동산팀장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현재 시장의 분위기가 이어질 수 있겠지만 입주가 늘어남에 따라 지금의 공급물량이 부담스러워질 수 있다"며 "이미 청약경쟁률에 비해 계약률이 떨어지는 단지들이 생겨나고 있는 만큼 투자보다는 실수요 목적으로 시장에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급증하는 공급물량 속에 시장 양극화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서울은 그나마 수요가 뒷받침해주는 지역이지만 광역시나 지방의 경우 실수요보다 가수요가 더 많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지역에 따라 주택 시장 분위기가 양극화되면 2~3년 후 입주 시점에 대거 미입주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도 "올해 수도권에 공급되는 물량은 1기 신도시가 처음 형성될 때 3~4년에 걸쳐 공급된 물량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이미 지난 상반기부터 분양이 되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어 정부가 인허가 물량을 조절하지 않는다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편 내년 공급물량에 따라 분양시장의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지난달 인허가 물량이 공급 과잉인 것은 맞지만 중요한 것은 일정 시점의 공급물량이 아니라 일정 기간의 공급물량"이라며 "아직까지는 시장에서 소화 가능한 물량이라고 판단되지만 내년에도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문제가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