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통신산업 기로에 서다<하> 글로벌 스탠다드를 세워라

지난해 11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기존에 이미 배정돼 사용되던 2개 대역에서 총 65MHz폭의 주파수들을 회수했다. 해당 밴드들의 이용 만기가 점점 다가옴에 따라 경매에 내놓기 위해서였다. 그 대역은 각각 고주파수인 1.7GHz와 2.1GHz 대역이었는데 무려 70개사가 응찰해 격전을 벌인 결과, 총 448억9,945억 달러(51조원대)에 AT&T, 버라이존 등에 낙찰돼 한국으로 치면 3~4G용인 ‘AWS-3’용도로 이용하도록 했다. 현지 주파수 경매사상 최대 흥행 기록이었다.

미국 이동통신사업자협회(CTIA)가 최근 발간한 ‘주파수 할당 연대기의 역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무선데이터 통신 이용은 급증세를 타고 있어 오는 2019년에는 이용수요가 2010년 대비 78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폭증하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FCC는 불가피하게 기존 주파수 회수라는 고육책을 쓰고 있다.

독일의 경우에도 지난 5월 4개 밴드의 주파수를 수거해 경매에 부쳤고, 홍콩과 스위스에서도 각각 2014년과 2012년 일부 주파수를 회수해 경쟁입찰로 매각했다.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이나 아시아에서 아직까지 4세대(4G, LTE방식) 용도로 쓰였던 주파수를 회수한 적은 어디에도 없다. 3세대(3G, WCDMA) 역시 회수 전례를 찾기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주파수 사용권은 10년 단위로 할당되는데 3G, 4G방식이 최초로 상용화된 것은 2006년과 2011년 한국에서였기 때문에 해외에선 만기 도래 사례를 찾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세계 이통업계가 대한민국을 주목하고 있다. 내년부터 7년간 줄줄이 이용만기를 맞이하는 3G와 4G용 주파수의 처분방식을 놓고 우리나라가 세계적 선례로 남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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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는 지난 2월 ‘주파수 사용권 갱신의 모범사례’라는 보고서를 통해 주파수 갱신에 관한 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주파수가 최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지 불확실하다면 경매가 유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지만 갱신에 관한 단서를 달았다. 즉, “주파수가 이미 잘 활용되고 있는 것 같고, 시장 경쟁이 유효하며 (주파수사용권을) 갱신하지 않을 경우 (통신에 대한) 투자와 서비스 지속성이 저해될 수 있다고 여겨지는 경우라면 잠정적 갱신(재할당, presumption of renewal)을 하는 강한 근거가 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용자가 별로 없는 주파수라면 회수해서 경매에 부치는 반면 이용자가 많을 경우에는 기업 투자와 이용자의 피해우려를 들어 재할당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독일 등 해외의 회수사례는 기존 주파수 이용기술이 도태된 방식이어서 이용자가 많이 줄어 회수해도 이용자 편의나 기업 투자에 큰 부작용이 가해지지 않는 경우였다.

보고서는 또 다른 제언도 곁들였는데 “당국자들이 주파수사용권 갱신시 시의적절하며 투명한 절차를 따라야 한다”는 내용과 “사용권 갱신 결정은 사용권 만기 최소 4~5년전에 이뤄져 (갱신 불확실성에 따른 이통사의) 투자 감소와 지연 위험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떨까. 4G의 경우 이용자가 3,000만명대에 달한다. 3G 가입자도 1,000만명대로 집계된다. 그런데도 정부의 해당 주파수 대역 재할당 혹은 경매 결정 여부는 주파수 만기 1년전이 다 되도록 불투명한 실정이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사활을 걸고 싸우는 2.1기가헤르츠(GHz) 대역의 3G용 주파수는 내년 12월 초 만료된다.

애당초 경매 대상과 재할당 대상 주파수를 법률상 명확히 구분해야 이 같은 혼선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국회에서 나오고 있다. 전파법상 주파수 경매는 11조이고 재할당은 16조에서 다루는데, 미래창조과학부 측은 “11조(경매)는 신규 주파수에만 해당하지만, 기존 주파수라도 회수하면 신규 주파수라고 할 수도 있다”고 해석하고 있어 일부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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