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미국 IT기업 "유럽, 악!"

EU법원 "美와 정보공유 무효"

유럽연합(EU)과 미국 간 정보공유 협정이 무효라는 EU 최고법원의 판결로 페이스북과 구글 등 미국 정보기술(IT)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이번 판결로 EU 시민의 개인정보를 미국으로 전송할 수 있도록 규정한 '세이프하버' 협정이 백지화되면서 유럽에 진출한 미 IT 기업들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EU사법재판소(ECJ)는 EU 회원국들이 지닌 개인정보 이용에 대한 감독권한이 세이프하버 협정보다 우위에 있으며 협정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ECJ의 이번 판결은 지난 2013년 막스 슈렘스라는 오스트리아 법대생이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이 유럽 이용자들의 정보수집과 전송으로 프라이버시를 훼손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소송 중 전직 미 국가안보국(NSA) 요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미 정보당국이 유럽에서 광범위한 정보수집 등을 자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유럽 내에서도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

이로써 2000년 체결된 세이프하버 협정에 의지해 유럽 시민들의 개인정보를 미국으로 옮겨온 4,500곳 이상의 기업이 타격을 받게 됐다. 판결에 따르기 위해 미국 IT 기업들은 유럽의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로부터 서버를 빌리거나 유럽에 추가로 데이터센터를 짓는 데 거액을 투자해야 한다. 직격탄을 맞은 IT 업계는 EU를 겨냥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크리스토퍼 파딜라 IBM 부사장은 "이번 결정은 중요한 데이터 흐름을 위험하게 하고 단일 디지털 시장을 구축하겠다는 유럽의 계획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글·아마존·e베이 등 인터넷 기업을 대표하는 업계 단체인 컴퓨터·정보통신산업협회의 유럽 사무총장 크리스 보르그렌은 "세이프하버 협정 유예는 유럽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특히 중소기업과 소비자에게 가장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를 드러냈다.

미국 정부도 EU 최고법원의 판결을 규탄하며 대응책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페니 프리츠커 미 상무장관은 "미국은 이번 판결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미국과 유럽의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 커다란 불확실성을 안길 것"이라고 말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도 "이번 결정이 끼칠 경제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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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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