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소리 나게 하겠다'는 의미의 경상도 사투리 중에 '단디하다'라는 말이 있다. 요즘에는 사용하는 빈도가 많이 줄었지만, '단디' 정신을 벤처육성에 접목하는 주인공이 있다.
바로 김진형(62·사진) 부산울산지방중소기업청장이다. 지난 2월 부임한 김 청장은 벤처육성을 위해 경상도식의 '단디' 정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4월에 열린 단디벤처포럼에 참석해서다.
단디포럼은 부울중기청이 2013년 4월 부산 지역의 벤처창업의 붐을 조성하고 창업기업의 투자 유치 활성화를 위해 결성한 모임인데, 김 청장은 인프라가 열악한 상황에서도 대학생 등 예비창업자 100여명이 모여 창업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은 것이다.
김 청장은 8일 서울경제신문 취재진과 만나 "(지방의 벤처들은) 수도권에 비해 열악한 투자 인프라를 갖고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성공한 선배기업인과 청년벤처기업인과의 연계가 중요하고, 아낌없이 투자를 해 줄 수 있는 펀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외 유수의 벤처캐피탈을 유치해 돈이 없어 좌절하는 벤처들이 없도록 기술력있는 벤처에 특화해 투자하는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라며 "벤처 활성화를 통해 부산을 창조경제의 불씨를 지피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꼼꼼하고 빈틈없이 일을 처리하는 '단디' 정신을 벤처 육성에 도입해 지역 청년들에게 일자리는 물론 창업을 통한 꿈과 희망을 키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김 청장은 기술력 있는 벤처 기업인과 선배 벤처기업인을 연결해 멘토와 투자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 노력 덕분에 엔젤들의 투자를 받은 벤처들은 8월 말 현재 21개사로, 금액으로는 22억원에 달할 정도로 성과를 냈다. 특히 최근에는 부산 최초로 2억5,000만 원의 엔젤투자를 받은 여성 기업인이 탄생했다. 김 청장은 "단디벤처포럼 활동을 통해 발굴된 여성 기업인이 큰 투자를 받게 된 것은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김 청장은 창업을 어렵게 하는 규제 개선에도 발벗고 나서고 있다. 그는 대학 내 창업보육센터에 대한 재산세 감면을 50%에서 100%로 확대해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그 결과 최근 국회에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제출됐고, 본회의서 통과되면 내년 1월1일 시행될 예정이다. 김 청장은 "부산 벤처 육성을 위해 관계 기관과 단체 등과 함께 힘을 모으는 다리 역할을 '단디'해 내겠다"고 강조했다.
/부산=조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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