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질소 과자 오명 벗자" 허인철의 뚝심

오리온, 포카칩 이어 초코파이도 가격인상 없이 10% 증량

오리온 초코파이情_증량전(좌) 증량후(우)
초코파이 증량 전(좌) 후(우)
오리온 포카칩 증량 전(좌) 후(우)
포카칩 증량 전(좌) 후(우)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

'겉만 빵빵한 질소 과자'라는 오명을 벗기 위한 오리온의 행보가 식품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허인철(사진) 오리온 부회장이 주도하는 '착한 포장 프로젝트'에 따른 증량 마케팅이 소비자에게 호평을 받자 경쟁사들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20일 오리온은 간판 제품인 '초코파이'를 가격 인상없이 용량을 11.4% 늘리고 제품 포장재를 변경한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초코파이의 개당 중량은 35g에서 39g으로 늘어난다.

증량 뿐만 아니라 초코파이 특유의 맛을 더 느낄 수 있도록 초콜릿 함량도 13% 늘렸고 부드러운 식감을 위해 공정도 개선했다. 초코파이 용량을 늘리면 연간 약 30억원의 비용이 추가로 부담된다.

오리온은 지난달에도 국내 1위 스낵인 '포카칩'의 용량을 10% 늘렸다. 포카칩 역시 가격은 동결하고 용량만 늘린 것이어서 고객은 150원가량 가격인하 효과를 본 반면 오리온은 연간 40억원을 추가로 부담하게 됐다.

이같은 증량 마케팅은 지난해 11월부터 전 제품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착한 포장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오리온은 국산 과자의 과대포장을 꼬집는 소비자의 불만이 높아지자 21개 제품에 대해 포장재 사용을 줄이거나 포장을 간소화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이로인해 연간 88t의 포장재 잉크를 줄이는 등 절약한 비용을 고객에게 돌려주기 위해 인기 제품을 증량했다는 설명이다.

강기명 마케팅 총괄이사는 "포카칩에 이어 초코파이까지 대표 브랜드 2종을 연이어 증량한 것은 회사 입장에서도 매우 어려운 결단이었다"며 "다른 제품도 양을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착한 포장 프로젝트는 이마트 사장 출신으로 지난해 7월 오리온에 합류한 허인철 부회장이 주도하고 있다. 허 부회장은 대형마트에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제조사의 과대포장에 대한 고객의 불만이 제품 판매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문제점을 평소에도 지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고객의 신뢰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려면 제품의 품질뿐만 아니라 포장과 가격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론이다.

식품업계는 오리온의 파격 행보가 적잖이 부담스러운 눈치다. 앞서 정식품은 올 2월 '베지밀A'의 가격을 동결한 채 용량만 5% 줄인 것이 드러나 고객의 비난이 잇따랐고 롯데제과도 4월 '빼빼로' 용량을 11% 줄여 꼼수라는 지적을 받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식품업계는 가격 인상을 꺼리는 소비자의 눈을 피해 용량을 축소하는 편법으로 가격 인상 효과를 냈지만 오리온은 정반대의 전략을 취하고 있다"며 "오리온의 증량 마케팅이 식품업계의 고질적인 꼼수 마케팅에 변화를 불러오는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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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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