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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이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등 주요 계열사의 사옥 이전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회사 출범 한 달째를 맞는 삼성물산 수뇌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결의하면서 통합에 따른 시너지를 강조했지만 회사의 각 사업 부문이 서울 세종대로·도곡동·상일동과 판교 등지로 뿔뿔이 흩어질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조직통합이 새로운 숙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인수합병(M&A) 이후 경영진이 가장 골머리를 앓는 문제가 조직통합"이라며 "물리적으로 거리가 있으면 자연히 사업부 간 칸막이가 생기고 화학적 융합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미래전략실은 현재 서초사옥에 입주한 삼성물산 건설 부문을 판교 테크노밸리나 상일동 삼성엔지니어링 사옥으로 보내고 상사 부문은 세종대로에 위치한 삼성본관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도곡동 군인공제회 빌딩에 입주해 있는 패션 부문은 잔류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건설 부문과 상사 부문이 이전해 공실이 발생하는 서초사옥에는 삼성생명 등 핵심 금융계열사가 옮겨오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 과정에서 건설 부문과 리조트 부문을 한군데로 합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종안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이대로 확정되면 회사가 사업 부문별로 쪼개져 운영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삼성 내부에서는 벌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영상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되려면 인적 교류가 활발히 일어나면서 아이디어를 교환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한데 사업 부문별로 흩어져 있으면 이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송재용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물산은 사업부별로 영위하는 업종 특성이 매우 다르다"면서 "이처럼 성격이 다른 사업 부문이 서로의 장점을 더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빨리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인사와 자금 등 회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경영지원 조직이 어디에 둥지를 트느냐를 두고 각 사업 부문 간에 신경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 관계자는 "상징성과 역사를 보면 상사 부문이 입주하게 될 삼성본관에 본부조직이 들어서는 게 맞지만 회사통합을 주도한 쪽은 건설 부문이어서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기 어려운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룹 미래전략실이 사옥이전 '퍼즐 맞추기'를 주도해 실제로 짐을 꾸려야 할 계열사 실무진은 정책결정 과정에서 소외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반면 사업 부문별 분리운영과 통합경영은 전혀 별개의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송병락 서울대 명예교수는 "다양한 사업부를 거느린 일본 거대기업인 미쓰비시상사도 사업부별로 사옥을 달리 두고 있지만 비효율적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는 않는다"며 "글로벌 기업과 다양한 사업에서 펼치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사옥을 여러 곳에 두는 게 한 방편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일범·이종혁기자 squiz@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