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업계 2차 인수합병(M&A) 대전의 막이 올랐다. 국내 시멘트 시장 1위 업체인 쌍용양회의 매각 절차가 개시되자 동양시멘트 인수 기회를 놓친 기업과 사모펀드(PEF) 등이 초반부터 불꽃 튀는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매각에 반대하고 있는 2대주주 일본 태평양시멘트의 대응도 관심이다.
쌍용양회의 매각주관사인 산업은행 M&A실, 삼일PwC, 신한금융투자 등에 따르면 29일 마감된 인수의향서(LOI) 접수 결과 기존 10%의 지분을 보유한 한앤컴퍼니를 비롯해 유진기업·한일시멘트·라파즈한라시멘트·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 등이 인수전 출전 채비를 마쳤다. 매각 대상은 산업은행·신한은행·서울보증보험·한앤컴퍼니가 보유한 쌍용양회 지분 46.83%다. 다음달 예비실사를 거쳐 오는 12월에 본입찰이 진행될 예정이다.
인수전에 뛰어든 한앤컴퍼니·유진기업·한일시멘트 세 곳은 모두 동양시멘트 인수전에도 참여해 삼표와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인 바 있다. 한앤컴퍼니와 유진기업은 동양시멘트의 경영권 지분(54.96%) 차순위 협상대상자였고 한일시멘트도 인수전을 완주했다. 라파즈한라와 글랜우드PE는 예비입찰까지 참여했으나 본입찰에는 불참했다.
한앤컴퍼니는 동양시멘트 경영권 인수전에서 삼표에 일격을 당한 뒤 일찌감치 쌍용양회로 눈을 돌렸다. 한앤컴퍼니는 동양인터내셔널이 보유한 동양시멘트 소수지분(19.06%)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인수를 포기하고 실탄을 아꼈다. 인수후보군 중에서 현금동원력과 정보력이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회계실사·법률자문단 구성도 마무리 단계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진기업은 유진PE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쌍용양회 인수전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유진기업은 올 들어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 동양시멘트 인수전 등 사업 확장을 위해 왕성한 활동을 보여줬으나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상태여서 쌍용양회 인수에 거는 기대가 크다. 레미콘업계 최대 경쟁사인 삼표가 동양시멘트를 품은 탓에 인수에 대한 절박함도 남다르다.
국내 2위 시멘트 업체인 한일시멘트도 전의를 다지고 있다. 아세아시멘트와 연합전선을 형성했음에도 불구하고 동양시멘트 인수전에서 탈락한 탓에 쌍용양회 인수를 통해 명예회복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동양시멘트 인수전에서 연합전선을 구축했던 라파즈한라와 글랜우드PE는 이번에 '각자도생'을 모색한다.
이번에 매각되는 쌍용양회 지분 가치는 7,500억원 안팎으로 평가된다. 다만 우선매수권의 유효성을 주장하며 법원에 본안 소송을 제기한 태평양시멘트의 움직임이 변수다. 매각 절차가 완료된 뒤라도 법원이 태평양시멘트의 손을 들어줄 경우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태평양시멘트는 2005년 9월 채권단으로부터 경영권 지분 우선매수권을 부여 받았으나 올 상반기까지 행사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이에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6월 태평양시멘트의 우선매수권을 실효시키기로 합의했다. 법원도 일단 태평양시멘트가 제기한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 판결에서 채권단의 결정을 유효한 것으로 판단한 상태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만일 1심 판결에서 태평양시멘트가 승리하게 된다면 채권단 보유 지분을 사들이는 것이 사실상 어렵게 될 것으로 전망돼서 인수후보 쪽에서는 이런 위험 요소를 가격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