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자본시장 판도 바꾸는 대우증권 인수전] <3·끝> KB금융

"은행·증권 시너지 창출"… 글로벌 메가뱅크 도약 '승부수'


KB금융은 은행 부문에 집중된 사업구조 다각화를 위해 반드시 KDB대우증권을 인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증권사인 KB투자증권을 보유하고 있지만 은행의 사업영역을 확대해 금융 계열사 간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5위권 이내의 증권업 인수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이다. 특히 최근 금융사들이 업종 간 벽을 허물고 자산관리, 투자은행(IB) 등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에 대형 증권사 인수를 통한 경쟁력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KB금융측은 "다른 인수후보들과 달리 KB투자증권과 대우증권은 중복 사업영역이 적어 다른 조합들 보다 시너지 효과가 크다"며 "KB투자증권은 채권과 주식자본시장 등에서 업계 선두고, 대우증권은 리테일 부문의 경쟁력이 막강해 인수 즉시 시너지가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사실 KB금융은 그 동안 증권업 강화를 위해 다양한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푸르덴셜증권(현 한화투자증권),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등의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아쉬운 결과를 받아든 것. 인수합병(M&A)을 통한 체질개선이 잇달아 실패했지만, 자체 투자를 통한 사업역량 강화에도 소극적이었다. 투자를 늘려 지점확대 등 증권업을 강화해 놓으면 대형 증권사를 인수할 때 중복투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시너지 면에서 점수가 깎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대우증권 인수에 실패할 경우 현대증권이 다시 매물로 나올 가능성은 있지만, 확실한 글로벌 메가뱅크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대우증권 인수를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절박함이 있다"며 "인수에 성공할 경우 경쟁 후보들과 달리 구조조정을 할 필요가 없어 대우증권 노조의 반발도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민은행이 지난 2008년 한누리투자증권을 인수해 KB금융의 완전자회사로 편입된 KB투자증권은 주식위탁부문(브로커리지)에서는 수수료 기준 2%에 못 미치는 시장점유율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채권인수와 기관 위탁매매에서는 특화된 경쟁력을 갖춰 대형증권사와 견줄만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리테일 영업에서 경쟁력을 갖춘 대우증권을 인수한다면 증권업 양날개(투자은행과 브로커리지)를 완성할 수 있다.

KB금융은 대우증권 인수를 통해 단순한 '은행과 증권'이 결합이 아닌 한 단계 더 발전한 미래 금융그룹의 청사진을 제시할 방침이다. 특히 은행과 증권의 인력을 활용하면 기업투자금융(CIB)과 자산관리(WM)분야에서 강력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KB금융은 이번 대우증권 인수전을 위한 태스크포스(TF)도 증권과 은행 인력을 골고루 배치했다. 적정 인수가와 자금 조달 방안, 예상 리스크를 은행과 증권 입장에서 각각 대응방안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KB금융 관계자는 "단순히 비은행계열의 수익 비중을 늘린다는 목적보다는 은행과 증권 간 시너지 창출을 통해 더 높은 수준의 인수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도 '국민재산 증식 프로젝트'를 대우증권 인수의 핵심전략으로 선언했다. 현재 BIB(지점 내 지점·Branch In Branch) 형태로 머물러 있는 KB투자증권과 국민은행의 복합점포 수준을 대우증권 인수를 계기로 초대형 복합점포로 업그레이드 할 방침이다. 은행과 증권의 협업을 통해 보다 종합적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4만여 국민은행 중소기업 고객에게 대우증권의 투자은행(IB) 서비스를 제공해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해외에서는 은행과 증권의 협업이 성공적으로 자리잡고 있다. 일본 SMBC은행이 대표적. SMBC은행은 지난 2009년 니코(Nikko)증권을 인수한 이후 자기자본이익률(ROE)이 3%포인트 증가했다. 미국 BoA지주는 지난 2008년 메릴린치를 인수한 이후 자산관리부문 수익이 10%에서 21%로 확대됐고, IB부문 역시 16%에서 38%로 증가했다.

강력한 시너지와 함께 KB금융의 또 다른 강점은 자금조달 능력이다. 시장에서는 건전성비율 등을 고려할 때 KB금융의 자금조달 여력은 3조5,000억~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KB금융의 현재 이중레버리지 비율(자기자본 대비 자회사 출자 총액)은 105.1%로 신한금융지주(120.7%)와 하나금융지주(123.4%)에 비해 안정적이다. 차입을 통해 2조5,000억원에서 5조원 수준의 자금을 조달해도 이중레버리지 비율은 금감원 지도 비율인 130% 보다 낮은 110~120%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자회사인 KB국민은행과 KB국민카드로부터 배당을 받을 경우, 자금조달 능력은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경쟁사들과 달리 강력한 지배구조를 갖추지 못한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과거 ING생명이 매물로 나왔을 때 어윤대 전 회장과 사외이사들의 의견 대립으로 인수를 접었던 적도 있다. 이에 따라 경쟁이 격화될 경우 공격적인 베팅을 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KB금융 이사회 내부에서도 인수가격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모든 경영을 책임질 오너가 없기 때문에 배임 등의 논란이 불거질 수 있어 인수전 막판 공격적인 베팅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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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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