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방송·연예

[류정필의 음악 이야기] 성악가의 하루

공연이 있는 날, 성악가의 하루는 어떨까? 먼저 푹~자고 일어난다. 어떤 성악가는 자면서도 자신의 목 컨디션이 어떤지 계속 느끼면서 더 잘 자려고 노력한다니 성악가에게 수면이 얼마나 중요한지 무슨 설명이 더 필요 하겠는가. 필자도 눈을 뜨면 누운채로 즉시 목상태를 점검한다. 그러면서 항상 그날 밤에 부를 노래 중 암보(특히 가사)가 불확실한 부분을 속으로 불러본다.

그리고 천천히 일어나 전체적인 몸 상태를 다시 확인하며 물을 한잔 마신다. 이후 바로 욕실로 가는데 필자가 아는 어느 테너는 아침 샤워를 하면서 꼭 소리를 크게 내본다고 한다. 그래서 아직 덜깨어진 몸 상태로도 어느정도 만족할만한 소리가 나와야 안심이 된다고 하는데 필자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어쨌든 씻고 정신을 차린후 식사를 한다. 공연하는 당일 식사습관은 사람마다 많이 다르다. 필자의 경우는 아침 겸 점심을 잘 먹는 편이어서 공연이 시작되기 전 저녁식사는 거의 하지 않는다. 하지만 저녁을 든든하게 먹는 성악가들도 많이 있다.

식사를 한 후 잠깐 쉬고 간단한 발성을 해본다. 이때는 어느 정도 높은 음(고음)을 내보면서 그 날의 확실한 컨디션을 느껴보는데 이때 믿을만한 소리가 안나오면 약간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연주복과 악보를 챙겨 공연장으로 향한다. 오페라일 경우 당일 리허설은 거의 하지 않는다. 그러나 콘서트일 경우에는, 피아노 또는 오케스트라와의 무대연습이 항상 있다. 모 유명 성악가는 당일 리허설에 절대 소리를 내지 않는 이도 있고 반대로 계속 소리를 내는 이도 있어서 어떤 것이 옳다라고 단정 지을수는 없다.

리허설이 끝나면 쉬는 시간이 주어진다. 필자는 되도록 바깥 공기를 한번 마시고 오는 오래된 습관이 있다. 그리고 오페라일 경우는 분장을, 콘서트일 경우는 메이컵을 받는다. 얼굴에 분칠을 하면서 항상 생각하는 것은 내가 청중앞에 보여지는 직업을 갖고 있다는 자각이다. 그러면서 오늘도 최선을 다하리라 다짐한다

공연이 시작되면 분장실의 모니터로 진행 상황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내 차례가 오기 바로 전에 스텝이 와서 알린다. 자신의 단독 공연일 경우는 다르지만 일반적인 경우 지금 무대에는 다른 연주자가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드디어 청중의 박수를 받으며 무대로 나아간다. 그리고 반주에 맞추어 노래를 시작한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열심히 연습하고 준비한 그 노래들을 부른다. 한곡 한곡 끝날때마다 박수와 함성 소리가 커진다. 내가 잘 하고 있는 모양이다. 음악회의 끝으로 갈수록 몸과 마음이 풀리며, 노래로 청중과 하나가 된다. 내가 성악가라는 사실이 가장 기쁘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공연이 끝나면 연주자들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한잔 하기도 한다. 그러나 필자는 저녁을 못먹어 허기진 배를 채우러 간다. 그리고 내일의 컨디션을 위해 곧 바로 집 또는 호텔로 향한다. 하루가 끝났다! 자고 먹고 노래하고…참 단순한 하루다. 공연이 없는 날은 더 단순하게 산다. 대개 연습과 운동으로 하루가 가버린다. 필자와 친한 어느 대중가수분이 무슨 재미로 사느냐 질문해 온적이 있다. 그래서 대답했다.

"매일 노래하며 산다고…^^" (테너)


관련기사



이병관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