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7시간 마라톤 회의에도… 총선 지역구 수 결론 못내

선거구획정위, 여야 요청에 다음 일정도 못잡고 발표 연기

중앙선관위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가 2일로 예정됐던 20대 총선 지역구 수 단일안 발표를 연기했다. 획정위는 이날 7시간 넘는 마라톤 회의 끝에 지역 선거구 수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여야 정치권의 발표 연기 요청을 받아들인 셈이다.

획정위는 이날 오후2시부터 전체회의를 열고 앞서 발표했던 국회의원 지역구 숫자 범위 244~249개 가운데 단수 안을 발표할 방침이었다. 획정위는 국회에서 여야 이견으로 차기 총선에 적용될 선거구 획정 기준을 보내주지 않자 헌법재판소의 선거구간 인구편차 2대1 결정과 현행 선거구 획정 기준을 참고해 결과를 도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현행 지역구 의석수와 같은 246석이 가장 유력하다는 전망까지 흘러나왔다.

하지만 김금옥 획정위 대변인은 회의 산회 직후 브리핑을 통해 "20대 국회의원 선거 지역선거구 수를 결정하기 위해 논의했지만 결국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며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인구기준을 중시하는 동시에 농어촌 대표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발표 연기 사유에 대해 설명했다.

획정위가 다음 회의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이날 발표를 연기한 것은 여야 정치권의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농어촌 지역 의원들은 이날 국회가 농어촌 지역 대표성을 보완할 수 있는 선거구획정기준을 만들어 획정위에 제출할 때까지 발표 연기를 요청했다. 이를 바탕으로 여야 원내지도부는 공동 서명이 담긴 공식 연기요청안을 보내기 위해 협상에 나섰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의 반대로 불발됐다. 하지만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이종걸 새정연 원내대표의 비공식 연기 요청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원 원내대표는 8일까지 발표 연기를 요청했고 이 원내대표는 시한은 못 박지 않은 채 "발표를 숙고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획정위가 발표를 연기함에 따라 야당보다 농어촌 지역구 사수에 사활을 걸었던 새누리당은 한숨을 돌릴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독립기구인 획정위가 농어촌 지역구가 감소가 불가피한 단일안을 이날 발표했다면 추후 논의과정에서 이를 뒤집을 만한 명분을 찾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새누리당 추천 획정 위원들이 이날 발표 방침에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을 것으로 관측했다. 반면 새정연으로서는 획정위의 발표 연기에 따라 농어촌 지역 의원들과 비례대표 의석 축소 불가를 방침으로 정한 당 지도부와의 내홍이 증폭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당 대표 등 당 지도부로서는 비례대표 의석 유지와 농어촌 지역구 유지 방안을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획정위가 농어촌 지역 대표성 보장에 방점을 두며 이날 지역구 선거구 수 발표를 연기한 만큼 정치권의 논의도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새정연이 비례대표 대폭 축소를 전제로 한 농어촌 지역대표성 보장에 대해 반대하고 있어 논의과정의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정치권은 획정위가 사실상 한 번의 기회를 정치권에 던져준 만큼 △의원정수 확대 △지역구 상실 의원 비례대표 임명 △농어촌 특별 지역구 지정 △비례대표 감소 후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전환 등 다양한 의견이 여야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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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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