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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바쁜 우리 경제가 '파리 테러'라는 초대형 암초를 만났다. 가뜩이나 부진한 수출은 유럽의 소비심리 위축으로 더욱 어려워지고 추가 테러에 대한 불안감에 주식·채권·환율 등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한층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아직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추가 테러가 발생하거나 서방국가들의 반테러 전쟁이 지상전으로 확전한다면 악재가 첩첩이 쌓인 우리 경제의 진로가 시계 제로 상태로 빠져들 수도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지난 3·4분기 6분기 만에 1%대 성장률 달성에 고무돼 있던 정부도 예상치 못한 악재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이미 물 건너간 올해 3%대 성장은 고사하고 남은 기간 2%대 후반을 수성하는 것도 버거워진데다 내년 경제도 짙은 안갯속에서 헤맬 수 있어서다. .
15일 정부 관계자는 "이번 테러는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로 일어나는 등 과거와는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추가 테러의 가능성과 각국의 대응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일단 월요일 오전 아시아 금융시장이 개장해야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시장의 반응을 보면서 구체적인 대응 수위를 논의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번 테러 사태는 유로 지역 경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돼 한국 경제 역시 거센 후폭풍에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독일과 함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의 중심인 프랑스 경제는 물론이고 유로 지역 전체, 나아가 글로벌 경제가 예상치 못한 수준으로 수직 하강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
10개월째 마이너스 성장 중인 수출에도 큰 부담을 지울 가능성이 농후하다. 대 유럽연합(EU) 수출은 전체 수출의 9% 정도로 비중이 큰 편은 아니다. 하지만 올 들어 354억2,400만달러로 이미 지난해 비해 11.3% 급감했다. 이번 테러로 앞으로 감소 폭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EU가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의 최대 무역교역국이라는 점을 주목하면서 간접적인 타격이 더 클 것으로 우려한다. EU 수출 비중이 높은 중국 경제가 타격을 받게 되면 중국의 수출이 감소하고 중국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 경제에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수출과 경제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중국의 EU 수출 비중은 20%인데 EU의 경기 침체는 곧바로 중국에 영향을 줘 중국의 내수 위축 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우리 경제도 이런 연쇄적인 부정적 여파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중국에 수출한 중간재는 중국 현지에서 완성품으로 유럽으로 간다"며 "대 유럽 교역과 물류 위축은 우리 경제 회복에 커다란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요2개국(G2) 리스크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던 금융시장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시장의 경우 최근 미국의 금리 인상 임박에 따른 달러화 강세, 중국의 경착륙 우려로 원화는 약세를 보이고 주식시장은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지루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추가 테러에 대한 불안한 심리가 시장에 추가 반영될 경우 변동성은 확대되고 그 파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세종=김정곤·이상훈기자 mckid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