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면세점 입찰경쟁이 두산과 신세계의 승리로 막을 내렸지만 기쁨도 잠시, 패자와 승자 모두에게 거센 후폭풍이 불기 시작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가장 큰 쟁점으로 부상한 것은 5년 특허기간이다. 과거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면세점 특허가 10년마다 자동갱신됐지만 2년 전 대기업 독과점 반대 기류 등의 영향으로 관세법이 바뀌면서 기존 업체도 5년마다 특허권을 놓고 신규 업체들과 경쟁을 벌여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는 장기간 독점적 지위나 특혜를 막는다는 측면에서는 공감대를 얻었지만 5년마다 생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를 약속할 수 없는데다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낼 만하면 다시 치열한 혈투를 치러야 한다는 점에서 소모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이번에 탈락한 롯데 월드타워점의 지난해 매출은 4,820억원으로 서울시내 면세점 중 세 번째 규모이며 지난해 이전·확정 과정에서 3,000억원이라는 막대한 비용까지 투자했지만 오픈 1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더욱이 글로벌 면세점 시장이 대형화 추세인 상황에서 '5년짜리 사업권'은 글로벌 기업들과 대적할 수 있는 경쟁력을 키우는 데 있어 한계일 수밖에 없다. 명품 업체들 또한 5년마다 한 번씩 바뀌는 국내 현실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신규 면세점들은 주요 브랜드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정 소수 업체에 면세사업의 이익이 집중된다는 지적에 따라 현재 매출액의 0.05% 수준인 면세점 특허수수료율을 10배(0.5%), 많게는 100배(5%)까지 올려야 한다는 견해도 부담이다. 현재 전국 시내 17개 면세점의 영업이익률은 평균 4~5% 수준. 업계 관계자는 "신규 면세점들이 등장하면서 가뜩이나 경쟁도 치열하고 약속한 투자비용도 만만찮은데 수수료까지 급등할 경우 면세점 운영은 적자사업으로 전락할 게 뻔하다"며 "결국 수수료가 오르면 이는 고스란히 상품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가 피해를 볼 뿐 아니라 국내 면세점의 글로벌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종국에는 한국 관광 산업에 치명타를 입힌다"고 털어놓았다. 두산과 신세계가 오히려 '승자의 저주'에 걸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규모 인력의 고용불안도 후유증이 크다. 롯데 측이 고용 보장과 승계 원칙을 밝혔고 신세계와 두산도 기존 면세점 인력을 최대한 수용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실적으로 기존 인력을 100% 고용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특허권을 잃게 된 롯데 월드타워점과 SK워커힐점은 3개월의 유예기간이 지나면 문을 닫아야 한다. 하지만 롯데는 이전비용을 아직 환수하지 못한데다 SK는 1,000억원을 들여 리뉴얼 공사 중이다. 월드타워점은 활용 대안을 대각도로 논의 중이며 워커힐점은 호텔 컨벤션 등으로 용도전환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폐점까지 판매하지 못한 물량은 고스란히 재고로 남게 됐다. 더구나 내년 봄여름 시즌을 대비한 상품도 상당 부분 발주한 상태라 재고 부담은 더욱 심각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