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는 금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나고, 누구는 흙수저를 쥐고 난다는 식의 '숟가락 계급론'이 유행처럼 번졌다. 조선시대 넉넉한 집안에서 태어나면 '수복(壽福)'이 적힌 유기 숟가락을 사용할 수 있었다. 밥을 먹을 때마다 장수와 행복을 기원하는 축원의 글이 입안을 들락거리는 셈이다. 이런 식으로 숟가락의 음식 담는 부분에 문양을 새긴 것은 조선 후기의 일이다. 그런가하면 고려시대의 숟가락은 지금의 둥근형태와 달리 가늘고 끝이 뾰족했다. 고려에는 탕 종류의 국물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삼시 세끼 사용하는 숟가락 한 자루는 계층은 물론 문화사까지 다 담고 있다.
특별전 '숟가락,먹고 살기 위한 도구'가 열리는 곳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알림터 2관. 서울시가 공예문화 활성화를 위해 올해 처음 개최한 '2015 서울공예박람회-쓸만하고 반반한'의 일부다.
주제전은 한국공예의 아름다움을 조명한 '온고지신'으로, 금속공예와 목공예로 크게 나뉜다. 고려의 화려한 은입사에서 조선의 무쇠솥까지, 선비가 쓰던 군더더기 없는 가구들부터 현대목가구까지 다채롭다. 특히 1908년 광화문 근처에 설립된 왕실기물 제작소 이왕직 미술품제작소에서 제작한 근대 공예의 정수를 보여주는 '화양풍(化洋風·서구와 한국 전통을 절충한 양식)' 가구와 은제품이 처음으로 공개 전시됐다. 6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