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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시험에 번번이 낙방하고도 마음만은 '한국의 홈스'를 꿈꾸는 만화 가게 주인 강대만. 인터넷 추리동호회 회장까지 맡은 그는 레전드 형사였던 노태수와 함께 특유의 추리력을 발휘해 미궁에 빠진 연쇄 살인사건을 발로 뛰며 하나하나 풀어나간다. 최근 개봉한 한국 영화 '탐정:더비기닝'의 이야기다. 영화에서 주인공들은 자신의 타고난 노하우를 살리겠다며 탐정 사무소를 차리는 것으로 나오지만 현실에서는 이뤄지기 어려울 듯하다.
우리나라는 아직 탐정행위를 법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탓에 영화 속 주인공들의 활동은 불법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공인 탐정으로 불리는 민간조사원이라는 신종 직업을 만들 계획이지만 관련법은 수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민간조사업이 법적 기반을 갖춘다면 불법적으로 남의 뒤를 캐는 심부름센터나 흥신소가 양성화되는 효과도 기대된다. 하지만 현행 법체계에서는 합법적으로 개인정보와 관련된 조사를 하기 어려운데다 위치추적장비나 해킹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부작용이 클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외국에서는 기업형 탐정회사까지 번창할 만큼 사립탐정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미국의 '굿 와이프' 같은 법정드라마를 보면 로펌 업무에서 탐정으로 일하는 칼린다가 핵심 역할을 맡고 있을 정도다. 필리핀 정부가 마르코스 대통령의 숨겨진 재산 환수를 위해 동원한 것도 바로 기업형 탐정회사였다. 1850년에 앨런 핑커튼이 설립한 미국의 '핑커튼 내셔널탐정사무소'는 세계 250여 곳에 지사를 두고 직원만 12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예금보험공사가 부실 저축은행 경영진들의 숨겨놓은 해외 재산을 찾아내는 데 탐정들이 맹활약을 했다고 한다. 예보는 출입국 기록이나 해외송금 내역 등을 근거로 혐의점을 찾아내면 해당 국가의 탐정을 직접 고용하고 있다. 예보가 2007년 이후 외국 탐정들에게 지급한 비용이 7만6,357달러인 반면 은닉자산은 5,910만달러에 달한다니 한마디로 남는 장사가 아닐 수 없다. 이런저런 이유로 우리나라도 홈스 같은 명탐정이 활약하는 모습을 보게 될 날도 그리 머지않은 듯하다. /정상범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