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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샘 근무가 많은 3교대 대학 병원 간호사를 하면서 남편 내조와 세 아이의 엄마로 살기 바빠 항상 삶에 허덕였어요. 내 시간도 가지면서 가정 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어떤 것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남편의 권유로 암웨이 '창업'을 시작하게 됐죠. 근무 시간은 전보다 30~50%로 줄었고 3년 차가 되니 월급도 3배까지 오른데다 아이들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 삶의 질이 높아졌답니다(34세 주부 이민성씨)."
출산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이 인생의 제2막을 열 수 있도록 다양한 재취업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웰니스 전문기업 암웨이는 네트워킹 비즈니스 구조로 나이를 불문하고 일하고 싶은 여성의 고용창출을 주도하는 한편 CJ그룹, 삼성그룹과 같은 대기업을 시작으로 금융권, 공공기관도 경력단절여성인 일명 '경단녀'의 채용 확산에 앞장서는 등 가정이 행복해야 기업과 나라가 행복한 사회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이달 발표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경단녀는 205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15~54세 기혼여성(942만명) 가운데 21.8%로 5명 중 1명 꼴이다. 그만둔 이유는 결혼(75만7,000명)이 가장 많았으며 육아(61만4,000명), 임신·출산(50만1,000명)이 뒤를 이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육아에 전념하던 여성들이 재취업을 위해 사회에 나오더라도 과거에는 그들을 받아주는 곳이 희박했지만 최근에는 도전정신만 있다면 기회는 갈수록 열리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 가운데서도 한국암웨이는 누군가의 아내, 엄마로만 불리던 여성들이 자기 사업을 통해 정체성을 다시 찾고, '기업가 정신'을 갖고 성공할 수 있도록 기회와 환경을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전세계 1,000여명의 연구인력이 개발한 제품군과 탄탄한 네트워크, 철저한 교육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한편 전국 15개 암웨이 플라자와 암웨이 브랜드 센터에서 지속적인 교육과 커뮤니티를 제공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주요 품목이 건강기능식품, 미용용품, 생활용품 등으로 여성들의 삶과 밀접한데다 초기 투자 비용이 없어 경단녀에게 진입 장벽이 낮아 부업으로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여성 친화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인식되고 있다. 아울러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하다는 점도 경단녀를 비롯한 여성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점으로 꼽힌다. 한양대 경영학부 한상린 교수팀이 한국암웨이 판매원 1,62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라이프 큐레이터'로서 생활 노하우를 커뮤니티와 공유하면서 커리어우먼으로 경력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이유로 응답자의 63.1%가 직업에 대해 만족한다고 답했다.
최근 반포 소재 암웨이 플라자에서 만난 강정민(36)씨는 "의상 디자이너를 하면서 직장인의 한계를 느껴 암웨이 사업에 뛰어들었다"며 "제2의 커리어 인생에 대해 상당히 만족스럽다"고 털어놨다.
"(창업한 지)만 4년이 됐는데 회사 다닐 때보다 수입이 2배 가량 올랐어요. 직장 수입은 언젠가는 끊기지만 이 일은 탄탄한 네트워크만 만들어 놓으면 안정적이더라고요. 내가 집에서 먹던 것, 마트에서 사다가 쓰던 것만 암웨이 제품으로 바꿔 쓰기만 해도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라 어렵지는 않았어요. 네트워크 마케팅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외부 시선이 걱정되는 사람도 있겠지만 자연스럽게 소비자가 되고 제품에 호의적인 사람들을 만나가다 보니 그건 아무것도 아니더라고요. 다른 사업처럼 잘못 투자해서 망한다는 리스크도 없고 계속 도전하게 되는 것이 내게도 '기업가 정신'이 있었구나라는 생각에 저 스스로를 다시 바라보게 됐어요."
대기업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경단녀 재취업의 디딤돌로는 2013년부터 시작한 CJ그룹의 '리턴십 프로그램'이 꼽힌다. 경단녀를 채용하면 직무 경험이 있는 숙련된 직원을 바로 업무에 투입할 수 있을 뿐더러 취업 취약 계층에게 고용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어 주요 계열사에서 시행 중이다. 이 프로그램으로 채용된 주부 직원은 "예전보다 더 넓고 다양한 시각으로 업무를 바라보게 됐다"며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는 생각에 일의 능률도 높다"고 말했다.
로레알코리아는 2009년부터 경단녀들의 재취업 캠페인으로 '워킹맘, 두 번째 아름다운 선택'을 진행해 오면서 2010년부터 여성가족부와 MOU를 맺고 경단녀의 재취업을 지원하고 있다. '룩 체인지' '마인드 체인지' 등 실무 교육을 통해 디지털마케터, 경영실무자, 의료관광 코디네이터 등으로의 취업을 도와주는 식이다. 현재 260여명의 교육 수강생 중 70%가 넘는 200여명의 취업을 성공시켰다. 이를 통해 재취업에 성공한 이명희(46)씨는 "20년이나 근무했던 학습지 회사를 그만두고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냈지만 다시 일을 시작해야한다는 의지를 다지는데 재취업 교육이 크게 도움이 됐다"며 "다시 일을 시작하면서 행복해진 만큼 경단녀가 다시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가 있다는 것을 알리는 희망 전도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심희정·신희철기자 yvett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