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대통령선거 때 증시에서는 이명박 후보의 '한반도 대운하' 관련주들이 급등했던 적이 있다. 2012년 대선에서는 박근혜·문재인·안철수 3인 주자들이 경쟁하면서 관련주들이 하나의 테마주로 묶이며 정치상황에 따라 출렁거리는 바람에 투자자들의 혼선을 불러일으켰다. 우리 정치의 저급한 수준과 자본시장의 후진적 속성이 맞물리며 나타난 특유의 왜곡 현상이 바로 '정치인 테마주'다. 총선과 대선 등 정치 이벤트 때마다 나타나고 특히 선거구도가 박빙인 상황에서는 더욱 유별스럽게 나타나기 마련이다.
테마주란 동일한 주제를 앞세워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한 방향으로 오르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원래 거품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정치인 테마주의 경우 이 정도가 지나치다 못해 황당하기까지 하다. 어느 기업은 최대주주가 유력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외가 쪽 친인척이 된다는 이유로 주가가 크게 오른 사례도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같은 충청도 출신이고 같은 대학 학과 동문이라는 이유만으로 반기문 관련주로 분류되는 식이 비일비재하다.
최근 증시에서 등장한 문재인·안철수 관련주도 대표적인 테마주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공동창업주인 안 의원의 탈당으로 전개될 야권발 정계 개편의 향방을 놓고 개미 투자자들이 이리저리 몰려다니고 있다. 안 의원이 탈당을 선언한 직후 10% 이상 상승했던 안철수 테마주는 그 다음날 상승분의 대부분을 다시 토해냈다고 한다. 반면 문재인 대표 관련주는 전날 부진한 흐름에서 벗어나 상승 반전했다.
테마주의 기원인 18세기 영국 공기업 남해회사(The South Sea Company)가 결국 거품 붕괴로 끝난 점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정치인 테마주 투자는 절대 금물이다. 허망하기 그지없는 정치에 '베팅'하면 열 중에 아홉 이상은 '쪽박'을 찰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내년 4·13 총선이 다가올수록 정치인 테마주가 기승을 부릴 것을 생각하면 벌써 걱정이 앞선다. /온종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