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김나영 기자의 1일1식(識)] <223> 건강한 몸을 원하십니까



“나는 소설 쓰기의 많은 것을 매일 아침 길 위를 달리며 배웠다. 내가 소설가가 되겠다고 작정하고 달리기를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내 작품들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무라카미 하루키)

일본 작가 하루키는 세상 사람들이 놀랄 정도로 숱한 베스트셀러를 쏟아냈지만 정작 하루 중 글에 투자하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업무 관계로 손님을 만나거나, 책을 읽거나, 강연 준비를 하는 등 글쓰기 이외의 시간이 훨씬 길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하루키가 특히 중요하게 여기는 일과는 ‘달리기’다. 그는 30대 초반 담배를 끊으면서 이런저런 주전부리에 습관을 들이게 됐다. 그 탓에 점점 살이 오르자 다이어트를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달리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뚱보 소설가’가 될 수 없다는 일념은 하루키를 마라톤 마니아로 만들었다. 그는 보스턴의 찰스 강변, 일본 교토의 가모가와 강변 등을 달리기 좋은 코스로 꼽고, 기회 있을 때마다 그 곳을 달린다. “글에 대해 투자하는 것만큼이나 몸에 대해 투자하는 시간이 많은 자신의 일상을 사랑한다”는 것이 하루키의 달리기 예찬이다. 60살이 넘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그의 글이 20대 청년들까지 공감할 수 있는 젊은 시선과 섬세함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어쩌면 철저한 자기관리와 운동에서 비롯된 것 아닌가 싶다. 군더더기라곤 하나 없는 그의 깔끔한 문체는 아마도 운동으로 단련된 건강한 육체에서 나온 것이리라.


운동은 단순히 겉으로 드러나는 이미지뿐 아니라 사람의 마음에도 영향을 미친다. 숱한 생리학적 연구들이 규칙적 운동이 우울증 성향과 분노 성향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입증하고 있지 않은가. ‘체화된 인지’(Embodied cognition), 다시 말해 물리적 경험이 마음을 좌우하는 경향이 있다고 보는 ‘운동 결정론’은 어느 정도 설득력을 지닌다. 건강하게 단련된 몸은 사람이 어떤 위급 상황에 처했을때 자신을 지켜낼 수 있도록 순발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뿐 아니라 건강한 육체는 자신감(Confidence)의 기반이 되기도 한다. 소설 ‘노인과 바다’로 유명한 헤밍웨이도 운동 애호가였다. 권투는 물론이고 낚시, 수영 등의 운동을 폭넓게 즐겼다. 건강해지기 위한 욕구는 자연 또는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헤밍웨이 소설 속 주인공들의 심리와도 잘 맞닿아 있었다. ‘노인과 바다’에서 그려진 큰 물고기와 싸우는 늙은 어부 또한 탄탄하게 관리된 몸과 근력이 아니면 가능하지 않은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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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몸의 외형에만 과도하게 치중한 체형관리 습관은 이따금 자아를 왜곡시키기도 한다. 잘 가꾼 트레이너의 몸을 보면 가지고 싶고, 또 자신에게도 실현될 수 있겠다는 느낌을 심어주긴 하지만 한편으론 ‘집착의 결과’가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게 한다. SNS 공간에서 ‘운동’, ‘피트니스’와 관련돼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유난히 눈에 자주 띄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다. 방송이 주는 ‘다이어트 스트레스’도 상당하다. 배우나 개그맨들이 거의 운동 중독에 근접할 만큼 몸을 혹사하고 나서야 만족스러운 몸매를 갖게 되었다는 ‘경험담’은 듣기에 거북하다. 늘씬한 몸매로 ‘먹방’에 출연해서 사람들에게 먹기를 권하는 연예인의 모습은 거의 병 주고 약 주기 수준이다.

어차피 건강 관리는 각자의 몫이다. 저마다 삶의 활력을 지켜나가기 위해 자신에게 적합한 운동 습관을 익힐 필요가 있다. 몸은 우리 영혼을 담는 집이라고 하지 않는가. 멋지게 건강을 관리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건전하지 못한 운동 습관은 자신을 파괴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겠다.

김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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