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월드타워점이 면세점 특허권을 상실하면서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에 비상등이 들어온 가운데 싱가포르 직상장 카드가 부상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호텔롯데의 IPO 성공에 공을 들이고 있는 롯데그룹이 밸류에이션 하락에 따른 부담을 줄이기 위해 플랜B를 가동해 싱가포르 증시로 떠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국내 증시 상장이 어려울 경우 외국인 투자에 혜택이 많은 싱가포르 증시 상장을 검토 중이다. 이번 면세점 입찰 이전부터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저지에 막혀 국내 상장이 어려울 경우 해외 증시 상장 카드를 준비해온 만큼 적절한 밸류에이션을 받지 못할 경우 싱가포르 상장이라는 플랜B를 전격 가동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앞서 신동빈 롯데 회장의 최측근인 황각규 롯데 정책본부 운영실장은 "내년 2월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신동주 전 부회장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싱가포르 증시 상장을 대안으로 삼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롯데 측은 신동주 전 부회장이 광윤사가 보유한 호텔롯데 지분 5.45%의 보호예수요청을 거부할 경우 한국거래소가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수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싱가포르 상장을 대안으로 검토해왔다.
여기에 주요 면세점 한 곳을 잃게 되면서 호텔롯데의 공모 규모 산정에도 부담을 갖게 돼 싱가포르 상장에 대한 필요성은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면세 특허권을 잃은 롯데월드 타워점의 지난해 매출은 4,820억원으로 전체 호텔롯데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만 서울시내 면세점 중 3위의 매출을 올리는 '알짜 지점'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에 밸류에이션 산정에 적지 않은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면세점 시장에서 롯데의 점유율이 떨어지는 가운데 명동에 신세계 면세점이 새로 들어서면 롯데 소공점의 매출도 잠식당할 수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호텔롯데는 잠실 타워점을 잃어 약 6조~8조원에 달하는 공모규모 책정에 부담이 생겼다"며 "특히 성장률이 월등히 높았던 월드타워점을 잃어 성장 동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의 뚝심으로 밀어붙이기에는 대내외적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다"며 "싱가포르 상장 카드를 다각도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