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고물상·경매 거쳐 나라품으로… 정약용 '하피첩' 첫 공개

아들에게 줄 교훈 부인 치마에 고스란히









2. 하피첩 표지
정약용의 '하피첩' 표지./사진제공=국립민속박물관










'하피첩'에 사용된 비단의 직조모양. 다산의 부인 홍씨가 신혼 때 입었던 낡은 치마로 추측된다. /사진제공=국립민속박물관



수원의 한 건물주가 공사중 생긴 폐품을 버리기 위해 고물상 할머니를 찾았다. 불현듯 그의 눈에 할머니 수레 위의 책 한 권이 들어왔다. 그는 챙겨나온 파지더미를 건네며 책자를 맞바꾸자 했다. 낡은 책을 귀히 간수하던 중 2년 뒤인 2006년 KBS '진품명품'에 감정을 의뢰했다. 전문 감정단은 손이 떨릴 정도로 놀랐다. 조선 후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1762~1836)의 '하피첩(霞巾皮帖)'이며 감정가는 1억원 이상이라고 했다. 6·25 전쟁통에 행방이 묘연해져 기록으로만 전해지던 유물이 세상의 빛을 다시 본 순간이었다.

'노을빛 붉은 치마'라는 뜻의 '하피'는 조선시대 사대부 여인의 옷인데 다산이 전라도 강진 유배 중이던 1810년에 부인 홍씨가 시집올 때 입었던 치마를 보낸 것에서 유래했다. 다산은 이 치마를 재단해 두 아들에게 전할 교훈의 구절을 적었고 4개의 서첩으로 만들어 보냈다. 전해지는 '하피첩'은 이 중 3첩이다. "병든 아내가 낡은 치마를 보내/ 천리 먼 길 애틋한 마음 부쳤네/…(중략) 부디 어버이 마음 잘 헤아려서/ 평생토록 가슴 깊이 새겨 두거라."

'정약용 필적 하피첩'은 정약용의 '다산사경첩'(보물 제1683-1호)과 더불어 2010년 보물 제 1683-2호로 지정됐다. 그러나 이 유물은 개인 수집가 손에 들어갔다가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건 때 압류되고 말았다. 그리하여 지난 9월 서울옥션 경매에 다시 나왔고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천진기)이 7억5,000만원에 낙찰받았다. 귀한 보물이 기구하게 떠돌다 나라 품에 안겼다.

국립민속박물관은 13일 박물관 1층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하피첩을 언론에 먼저 공개했다. 박물관 측은 "손상 부분을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보존처리할 예정"이라며 "이후 국민이 고루 향유할 수 있도록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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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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