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계절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필자는 평소에도 1주일에 한 권 정도는 책을 읽자는 목표를 세워두고 열심히 읽고 있다. 2주에 한 번은 서점에 들르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인터넷으로 주문할 수도 있지만 직접 서점에 들러 제목과 표지를 보고 몇 군데 읽어본 후 결정해야 안심이 되기 때문이다. 신간 서점과 중고 서점을 번갈아 들러 한 번에 두세 권씩 산다. 때로 중고 서점에서 할인된 가격으로 좋은 책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지난해 9월 중고서점에서 산 책 중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그룹 회장이 쓴 '불타는 투혼'이 있었다. 200쪽 분량에 다소 큰 활자체인 관계로 3시간 만에 독파했다. 이나모리 회장은 이 책에서 기업이 불황에 처했을 때 이를 성장 기회로 전환하는 네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직원들과의 유대를 강화하고 모든 경비를 절감하고 전원이 함께 영업하며 신제품 개발에 힘쓰라는 것이다. 당시 월례조회에서 이를 소개하면서 우리 업무에도 참고하자고 임직원들에게 권유했다.
며칠 전 책장을 정리하다가 이 책이 눈에 띄어 선 자리에서 책장을 넘겨봤다. 그때 연필로 밑줄 친 부분의 의미가 선명하게 다시 다가왔다. 경영환경이 좋을 때는 노사관계도 양호하나 어려워지면 구조조정 등으로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때야말로 건전한 노사관계를 재구축할 절호의 기회라는 말은 현실적이고 설득력이 있다. 모든 경비를 절감하자는 호소는 기업 경영의 원점으로 여겨진다. 영업부서 직원들뿐 아니라 관리·생산 부서 직원들도 주문을 받아오자는 부분은 한 귀로 흘려들을 말이 아니다. 또 불황기에 신제품을 개발해야 다음에 올 도약기에 대비할 수 있다는 내용의 강조는 부연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수년 전부터 현금 사용량 감소로 주력제품인 화폐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공사의 측면에서 보면 이나모리 회장의 네 가지 제안은 남의 일이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다. 필자는 그의 '불황 극복 4원칙'으로 재무장하려고 한다.
이런 책이야말로 미국 작가 스티븐 킹이 말하는 '나에게 매우 중요한 책(VIB·very important book)'일 것이다. 간혹 삶을 풍성하게 해주거나 일에 도움이 되는 책을 마주칠 수 있는 것은 인생의 즐거움 중 하나다. 이 가을 독자 여러분도 자신의 VIB를 발견하는 기쁨을 누리기를 바란다. 지난 2개월간 본 로터리를 통해 서울경제신문 독자 여러분을 만날 수 있는 영광을 누렸다. 깊이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