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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언덕에서 시작해 오른쪽 평지로 이어지는 사선 구도의 이 그림은 신화적 이미지를 풍기는 인물들과 함께 웅장함을 보여주지만, 뭔가 다르다. 주렁주렁 매달린 커다란 물고기와 화면 한가운데를 차지한 철갑상어부터 거북,조개,바닷가재,물개 등은 마치 어시장을 방불케 한다. 이 작품은 바다가 주는 풍요를 다양한 해양생물로 상징하고 있다. 1640년에서 1650년 사이 제작된 이 그림의 밑바탕에는 바다를 통한 교역으로 당대 최고의 풍요를 누리던 네덜란드의 영화가 함축돼 있다. 특히 왼쪽 위, 날개 달린 신발을 신고 다니는 헤르메스는 '무역'의 신이다. 해상무역으로 부유층이 어떤 이가 주문한 그림이었을 것이라 추측된다. 이처럼 경제성장을 기반한 17세기 네덜란드에서는 매년 7만점 가량의 그림들이 거래됐고 귀족은 물론 급부상한 시민계급도 그림을 소유했다. 종교와 왕실 주도가 아닌 민간의 '미술시장'이 형성돼, 투자와 담보의 대상으로 그림이 활용되고 전문 화상(畵商)이 등장한 것도 이 시기다.
황금기 네덜란드 회화를 포함해 르네상스부터 바로크, 근대까지의 명작을 두루 감상할 수 있는 특별전 '리히텐슈타인박물관 명품전-루벤스와 세기의 거장들'이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개막했다. 리히텐슈타인 공국은 오스트리아와 스위스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들 왕실이 수집한 미술품은 유럽 전역에서도 손꼽히는 명작이다. 왕실박물관 소장품 중 엄선한 120여점의 작품들로 루벤스,반다이크,브뤼헐 등의 거장을 두루 만날 수 있다. 서양미술사 교과서의 압축판이라 할 만큼 알찬 전시다. 내년 4월10일까지. 1688-98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