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가뭄을 이겨내고자 애쓰는 중에 다시금 깨닫는 것이 있다. 상황이 악화될수록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은 더욱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물도 그렇다. 가뭄이 심할수록 수돗물이 보급되지 않는 지역의 어려움이 더 크다. 수돗물이 공급되고 있어도 제한급수가 이뤄지면 고지대나 누수량이 많은 지역의 주민들이 먼저, 그리고 오랫동안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지난 2013년 환경부 상수도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상수도보급률은 98.5%다. 100년밖에 안 되는 우리의 상수도역사를 생각할 때 놀라운 성과다. 그러나 시각을 달리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전체 국민 가운데 약 100만명이 아직도 수돗물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도시와 농어촌 간 수돗물 사용과 관련한 불균형 내지는 불공평이다. 특별시와 광역시 등 대도시 지역에서는 거의 100% 수돗물을 사용하고 있지만 인구밀도가 낮은 면 지역의 주민들은 약 60% 정도만 수돗물 혜택을 누리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맑고 깨끗하며 몸에 좋은 물을 마시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다. 돈이 있거나 없거나, 대도시에 살거나 농어촌이나 섬에 살거나 누구나 마찬가지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 살기 위해서는 이러한 물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까닭이다. 따라서 오늘날 좋은 물의 음용은 인간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다. 그리고 이를 충족시킬 책임은 정부와 사회에 있다. 바로 물 복지다. 일시동인(一視同仁)이라는 옛말이 있다. 성인은 모든 사람을 하나로 평등하게 봐 똑같이 사랑한다는 뜻이다. 깨끗하고 건강하며 맛있는 물의 혜택이 바로 그러해야 한다.
세계적인 장기불황에서 소수의 불편과 고통을 어쩔 수 없는 한계로 여기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은 21세기고 대한민국은 모두가 더불어 행복한 복지국가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나아지기를 기다리기보다 지금 바로 물 복지 실현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결단이 필요하다.
간절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비는 감질나게만 내리고 있고 앞으로도 가뭄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양한 대책과 수많은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일부 지역과 물 소외 지역의 어려움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다른 사람의 어려움에 좀 더 관심을 가져보자. 집에서 마음 놓고 샤워하는 이 시간에도 어느 누군가는 먹을 물이 모자라 애태우고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깨닫자. 내 일이 아니라고 외면하면 언젠가는 더 큰 고통이 돼 내게 돌아올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자. 그 어느 때보다 길고 극심한 이번 가뭄을 물 복지 실현을 앞당기는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것만이 기후변화와 미래 물 재난에 대처하는 가장 슬기로운 대책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