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팁(TIP)문화


처음 해외여행이나 출장을 가면 누구나 문화차이로 당황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 중 하나가 팁 문화이지 싶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일상생활이 팁 문화의 연장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본 문화이자 에티켓이다. 서양식 팁 문화의 기원이 수백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만큼 오래됐으니 그럴 만하다.

18세기 영국의 한 펍(pub)에 '신속하고 훌륭한 서비스를 위해 지불을 충분하게'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고 한다. 이것이 '신속함을 보장받기 위해(To Insure Promptness)'로, 다시 머리글자만 따서 팁(TIP)으로 굳어져 오늘에 이른다. 팁이란 말 그대로 좋은 서비스에 주는 대가다. 자발적인 성격이지만 언제부터인지 강제징수 개념으로 변했다.

나라나 지역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통상 팁은 레스토랑·카페의 경우 음식값의 10~15%를 지불한다. 호텔에서는 포터에게 1달러 정도, 룸메이드에게는 아침마다 1달러를 베개 밑이나 침대 옆 테이블에 놓고 나가는 것이 무난하다.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인 여행자들은 이런 팁 문화에 익숙하지 못했던 듯하다.

일부 나라에서 한국인 여행자에 대해 "팁에 인색하고 무례하다"거나 "팁을 주며 거들먹거린다"고 눈총을 주기도 했을 정도니 말이다. '서비스=공짜'라는 인식이 팽배했었던 탓일 거다. 뿌리가 깊어 바뀔 것 같지 않은 서양의 팁 문화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는 모양이다. 지난달 뉴욕의 유명 레스토랑 체인인 '유니언스퀘어 호스피털리티그룹(USHG)'에 이어 최근 대형 음식점 체인인 '조스크랩 색'이 '노(no) 팁'을 선언했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다.

팁 수준이 자꾸 높아져 손님이 부담을 느끼는데다 팁을 받는 웨이터들이 요리사보다 더 많은 소득을 챙기면서 직원 간 위화감이 생긴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팁을 받지 않는 대신 음식값에 봉사료를 포함해 이를 종업원에게 골고루 나눠줄 계획이다. 하지만 수입이 줄어든 웨이터들이 반발하는 등 부작용도 만만찮아 노 팁이 대세로 자리 잡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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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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