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이 내년도 수출금융지원액을 올해보다 하향 책정했다. 수은이 업무계획에서 수출금융지원액을 전년보다 축소한 것은 지난 1976년 설립 이후 40년 만에 처음이다.
10일 기획재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수은은 내년도 수출금융지원액을 75조원 규모로 책정해 최근 기재부에 제출했다. 수은의 수출금융 지원은 기재부 운영위원회 승인을 완료해 오는 30일께 기재부 장관의 승인 절차만 남아 있다.
내년도 금융지원액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던 올해의 80조원보다 5조원 줄어든 규모다. 올해 당초 목표치 80조원에 경기 활성화를 위해 1조2,500억원을 추가 편성했던 점을 고려하면 실제 축소분은 6조여원에 달하는 셈이다.
수은은 내년도 수출지원에서 대출·투자를 소폭 늘리되 이행성보증 부문은 대폭 축소할 계획이다. 수은 관계자는 "지원규모를 업종별로 보면 해외건설·플랜트, 선박·자원개발 등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며 "이들 업종의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이행성보증 수요가 감소한 것을 반영해 전체 지원액도 줄였다"고 말했다.
1976년 수은 설립과 동시에 534억원으로 출발한 수출금융지원 규모는 매년 증가해왔다. 심지어 IMF 구제금융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안팎의 상황이 어렵던 당시에도 수출로 경제를 견인할 수 있다는 정책 의지가 반영되며 1997년 5조7,000억원에서 1998년 7조1,000억원으로, 2008년 40조원에서 2009년 53조원으로 증가했다. 2012년 이후 수출 증가세는 둔화됐지만 이때부터 수은 업무계획에 이행성보증 부문이 추가되면서 수출금융지원액은 2013년 74조원, 2014년 76조원으로 늘었다.
내년도 수은의 수출금융지원액 축소가 더욱 의미를 갖는 것은 정책당국도 더 이상 수출금융이 예전 같은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수은은 그동안 수출지원 규모를 현실화하고 싶어도 당국의 수출확대 의지 때문에 이를 축소하지 못했다는 것이 금융권 안팎의 시각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계 경제 불황으로 기업에 자금이 없어 수출이 안 된다는 것을 아는 상황에서 이제 수출금융을 무조건 늘릴 수도 없다"며 "수출부진은 경기침체, 국내 기업의 구조조정 등 복잡한 셈법이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내년도 수출금융지원은 이 모두를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