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폰파라치 vs 점주 '첩보전' 뺨치는 숨바꼭질

SKT 영업정지기간 돌아보니 "적 알아야 단속 피한다"









대구의 한 상가에 폐쇄형으로 영업 중인 이동통신사 판매점이 세운 현수막 모습. 이 업체는 녹음기 등을 휴대한 폰파라치의 잠입을 가려내려고 내방객에게 금속탐지기로 몸 수색하겠다고 안내하고 있다.



#. 올초부터 이동통신사 판매점들의 불법영업을 신고해 포상금을 받는 '폰파라치'업을 부업 삼아 해온 김명훈(가명)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이달초 서울 구로구와 양천구 일대의 판매점을 돌다가 속칭 '폰파라치 학원' 동기를 만났는데 알고 보니 업계 동지가 아니라 판매점주였던 것이다. 그 점주는 과거 폰파라치 신고로 벌금 등을 물었던 경험이 있어 '적을 알아야 단속에 안 걸린다'는 생각에서 판매점들의 불법영업 증거확보 기법을 알려준다는 폰파라치 학원을 수강했다고 한다.

지난 1일부터 7일간 단행된 SK텔레콤의 영업정지 조치가 마감되면서 이동통신업계의 불법영업을 둘러싼 공방의 백태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불법 행위를 신고하려는측과 피하려는 측간 숨박꼭질식 공방이 점입가경 수준으로 진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스스로를 '폰팔이' 신세라고 자조하는 판매점주와 직원들 사이에선 위기감이 팽배했다. 서울 용산 지역에서 영업하는 한 판매점 직원은 "폰파라치들도 혼자서는 체증하기가 어려워 여러 명이 팀을 짜서 움직이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판매점 관계자는 "일부 지역에선 아예 폰파라치들끼리 (불법영업 증거를 담은) 체증자료를 대량을 사고 파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부 업소에선 아예 폰파라치가 직원으로 위장 취업한 다음 미리 각본을 짠 지인을 '배우'(손님)로 불러서 불법보조금으로 호객한 것처럼 연기해 여러 건 녹취한 뒤 배우를 통해 신고해 (공모자들과) 포상금을 나눠먹으려는 경우도 있다더라"고 소개했다.

판매점들의 방어 수법 역시 만만치 않게 교묘해지고 있다.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대구의 한 판매점은 녹음기 등을 휴대한 위장 손님인지 가려내기 위해 내방객을 금속탐지기 등으로 검사한 뒤 점포 내로 입장시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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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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