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재료들


재료들-최문자 作

어머니를 꽉 쥐면

주르륵 눈물이 쏟아진다

주원료가 눈물이다

사랑을 꽉 쥐어짜면

쓰라리다

주원료가 꺼끌꺼끌한 이별이다

매일매일 적의를 품고 달려드는 삶을 쥐어짜면

비린내가 난다

주원료가 눈이 어두운 물고기다

CT로 가슴을 찍어보면

구멍 뚫린 흰 구름 벌판

주원료가 허공이다


걱정 말아요. 눈물은 다시 어머니가 되어 나타날 거예요. 꺼끌꺼끌한 이별은 포근한 사랑이 되어 나타나고, 비린내는 향기로운 삶이 되어 나타날 거예요. 허공은 다시 뜨거운 가슴 드나들며 신생의 투레질을 하구말구요. 슬픔은 남김없이 기쁨이 되고, 아픔은 모두 쾌감이 될 거예요. 생명의 재료는 허망하지만 완성품은 경이롭죠. 바퀴벌레도, 민들레도, 석가모니도, 간디도 똑같은 품질의 산소와 탄소와 수소를 썼다는군요. 아무것도 아닌 것들의 찬란함과 찬란했던 것들의 비천함이여.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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