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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의 국민이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내 집'의 개념은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통상 아파트 거주자들에게 내 집의 범위는 퇴근길 문을 열고 들어서는 현관에서부터 시작된다. 아파트 단지 입구부터 현관까지 이어지는 외부공간은 단지 집으로 가기 위한 통로일 뿐이다.
하지만 서울강남지구 A4블록 공동주택은 이 같은 '내 집'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린다. 현관 안쪽 내부공간뿐 아니라 단지 입구에서 각각의 현관에 이르는 외부공간 역시 내 집의 일부라는 발상의 전환이 출발점이다. 이 공동주택은 대지를 공유하며 집합으로 거주하는 것이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묻고 있다.
서울강남지구 A4블록 공동주택이 위치한 곳은 강남구 자곡동 대모산 기슭이다. 산기슭인 만큼 대지의 레벨 차가 20m에 이른다. 공동주택 부지로서 치명적인 약점일 수도 있지만 이 공동주택은 20m의 레벨 차이를 활용해 새로운 공동주택의 개념을 만들어내는 유쾌한 실험을 진행했다.
우선 경사진 지형을 이용해 대지를 열한 개의 작은 마당으로 나누고 이들 작은 마당을 서로 연결하기 위해 각 주동을 필로티 형태로 바닥으로부터 들어 올렸다. 필로티를 통해 주동의 하부를 관통하는 연속적인 보행 체계는 서로 다른 레벨에 위치한 작은 마당들을 자연스레 엮어준다. 또 각 주동의 앞마당은 이웃하는 동의 필로티와도 연결된다. 주동 아래 필로티는 거주민 모두에게 열려있는 거실이자 방이기도 하다. 필로티에 마련된 작은 탁자와 의자에는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주민 공동이용시설의 배치도 남다르다. 통상 아파트들은 단지 한가운데 중정에 대규모 커뮤니티공간을 두고 여기에 공동이용시설을 모아서 배치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서울강남지구 A4블록 공동주택은 피트니스센터, 보육시설, 도서관, 경로당, 관리사무소 등 공동이용시설을 잘게 쪼개 지상에 흩뜨리는 형태로 배치했다. 따라서 한 건물에서 다양한 부대시설을 접하는 게 아니라 필로티나 계단 등을 통해 경사진 대지를 지나다니면서 지상에 배치된 부대시설을 하나씩 만나게 된다. 단지 환경의 중심을 바닥에 내려놓자 주민들의 통행공간이 공동의 생활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또 거주민들은 단지 입구에서 개별 가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귀갓길을 선택하는 재미를 누릴 수 있고 층층의 길을 거닐며 이웃 주민들과 만나게 된다.
내 집의 범위가 현관 안부터가 아닌 다양한 층의 외부공간으로 확장되면서 거주민들이 외부에 머무는 시간도 자연스레 늘어났다. 유독 이 단지에서는 한가한 평일 오후 시간에도 마당에서 배드민턴을 치거나 강아지와 산책을 하고 필로티에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는 주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주차공간도 모두 지하화해 안전한 바깥 공간에서 노는 아이들도 많아졌다.
작은 마당과 필로티는 주민들이 모여서 마을 잔치를 벌이는 공간으로도 쓰인다. 마을잔치에서 주민들은 "이곳 필로티에 모두를 초대해 자녀의 결혼식을 치를 수도 있겠다"는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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