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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말이야기] 대통령배 제패… 올 최고의 경주마 '트리플나인'

1964년_제1회대통령배하사우승트로피(고해상~
1964년 '제1회 대통령배하사우승경마' 트로피.

가을 야구의 열기가 더해지는 요즈음 경마도 올해 최고의 경주마를 가리는 대회가 지난 18일에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열렸습니다. 바로 국내 단 3개의 특급경주 가운데 하나인 대통령배가 그것입니다. 3세 이상 국산마의 2,000m 경주로 우승컵은 '트리플나인'이 차지했습니다.

3세의 밤색 수말 트리플나인의 혈통을 살펴보니 부마가 '엑톤파크', 모마는 '어리틀포크'입니다. 엑톤파크는 한국 최고연승 기록을 수립한 미스터파크의 부마로 역시 뛰어난 혈통은 속일 수 없는 모양입니다. 게다가 미스터파크를 훈련시켰던 렛츠런파크 부산의 김영관 조교사가 이번에도 트리플나인의 조교를 맡았으니 아버지도, 스승도 최고였던 셈입니다.

트리플나인은 경마에서 최고 배당률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행운의 숫자 '999'를 이름으로 갖고 있습니다. 이전 대상경주에서는 '영천에이스'나 '록밴드'에 밀려 2위를 했으나 이번에 경쟁마들을 물리치고 우승해 마주에게도 999배와 같은 큰 기쁨을 안겨줬습니다.

올해로 12회를 맞는 대통령배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지난 1964년 10월18일 뚝섬경마장의 신관람대 완공을 기념하며 행해졌던 '제1회 대통령배하사우승경마(大統領杯下賜優勝競馬)'가 있습니다. 당시 경주에서는 한승길 기수가 항우의 말 이름 오추마를 따서 지은 '오초마'와 호흡을 맞춰 우승했다고 전합니다. 비록 오초마의 모습은 찾을 길이 없지만 다행히 말박물관에 우승컵과 기념사진이 남아 그날의 영광을 전하고 있습니다.

그랑프리와 함께 최고 권위를 지닌 지금의 대통령배는 2004년에 시작돼 1회 우승마 '비천봉'을 필두로 2010~2012년 3연패를 차지한 '당대불패' 등의 걸출한 스타말을 배출해 왔습니다. 올해 트리플나인이 우승하면서 모두 9마리의 대통령배 우승마가 나왔습니다. 그러나 이들 중 대중들의 기억에 남아 있는 말이 거의 없는 것을 보면 국내 최고의 경주에 쏟아지는 관심은 아직 다른 스포츠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대회의 역사와 전통이 쌓이고 대중들의 사랑을 받을 때에 우리 경마도 진정한 스포츠로 인식될 수 있겠지요. 그래서 이미 많은 경마팬에게 사랑받으며 '은하철도 (999)'라는 별명까지 얻은 대통령배 우승마 트리플나인이 앞으로도 좋은 성적을 거둬 대통령배 경주의 위상을 한층 높여 주길 마음속으로 응원해 봅니다. /김정희(말박물관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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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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